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임금마저 오를 경우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이른바 ‘물가·임금 상호작용(wage-price spiral)’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으로 고물가가 고착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한은 조사국은 ‘우리나라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다양한 실증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물가·임금 간 장기균형 관계, 시차 상관관계, 인과관계를 점검한 결과 두 변수 간에 밀접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먼저 연구진은 물가와 임금 간에는 장기균형 관계가 존재한다고 봤다. 물가와 임금 움직임이 짧게 보면 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두 변수 간에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두 변수는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도 관찰된다. 물가 상승률은 다음 해 임금 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뿐 아니라 임금 상승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분석 결과 ‘기대 인플레이션→임금→실제 인플레이션→기대 인플레이션’ 경로도 통계적으로 작동했다.
물가와 임금의 충격 반응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임금 상승률은 4분기 이후부터 0.3~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금 상승률 충격에 대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반응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임금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던 개인 서비스에는 영향이 관찰됐다. 임금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개인 서비스 물가는 4~6분기 이후 0.2%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인건비 비중이 낮고 글로벌 경쟁이 심한 제조업은 영향이 크지 않았다.
임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20년에 비해 물가·임금 상승률이 높았던 1990년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임금 충격에 대한 물가 반응이 유의미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김정성 한은 조사국 차장은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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