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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무역수지 적자의 구조적 문제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수출 호조에도 수입 원자재가 급등으로

7월까지 무역적자 150억 달러로 늘어

세계질서 재정립 전엔 적자탈출 어려워

수출지원 대책에 중장기 전략 포함해야





4월 이후 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높아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수출 동력이 확연하게 떨어지고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주목해야 한다.

4월과 5월 수출 증가율은 각각 12.9%와 21.4%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으나 6월과 7월에는 5.2%와 9.4%로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반면 지난 4개월 내내 수입은 18.5~31.9%로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적자 규모도 4월 24억 8000만 달러에서 7월 46억 7000만 달러로 커졌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수출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개선되고는 했다. 지난해 7월 달러당 원화 환율은 1150원이었으나 1년 후에는 1300원대로 13%나 평가절하됐다. 실제로 올해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에너지·자원·곡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국제 가격이 수출 증가를 상쇄시킬 정도로 크게 오르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7월 수입액 654억 달러 가운데 185억 달러가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로, 전년 동월(97억 10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90%나 올랐다.

우리나라가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때는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 달러)이었다. 올 7월까지 적자가 150억 달러이고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 규모를 경신하게 될 것이다.

수출과 수입 모두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기록적인 무역수지 적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동절기 난방 수요를 고려해 각국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으나 연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증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원유 수급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출이 부분적으로 재개된 것이 국제 곡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역시 수급 불균형은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수입가격지수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고환율은 생산 단가를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평가절하된 만큼 수출 단가(외환 기준)를 낮출 수 있게 돼 수출이 늘어나지만 현 상황에서는 이러한 수출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중반 이후 고환율하에서 수입된 비싼 원재료가 수출품에 투입되고 있고 국내 에너지 가격, 인건비, 물류비 등이 많이 올라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사실상 없다.

수출 시장 역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것에 대한 보복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효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라졌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신냉전의 위기를 인식하게 되면서 생필품 구매를 위한 지출 외에는 지갑을 닫았다. 또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소비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중반 이후 고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동시 발생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세계경제를 엄습하기 시작했고 금리 인상과 물가 폭등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돼 수출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8월 중 종합 수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역금융 확대, 물류 대책, 비축 물자 공급, 자유무역협정(FTA) 수출 활동 지원, 통관 간소화 등 그동안 자주 봐왔던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 해 연도의 적자로 발생했다기보다는 1990년부터 8년간 지속된 무역수지 적자의 누적적인 기록으로 약해진 경제 체질에 무리한 금융시장 개방의 부작용이 가세했다. 현재 상황이라면 세계 질서가 새로이 정립될 때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하지 못할 수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록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지만 단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수출과 수입이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상황을 직시하고 중장기 전략과 대책을 8월 수출 지원 대책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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