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와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떠난 선수들의 자리를 채울 스타의 등장이 절실하다. 김주형(20·CJ대한통운)이 PGA 투어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기 전부터 투어 측은 그의 영어 이름 ‘톰’이 TV 만화 ‘꼬마 기관차 토마스와 친구들’에서 따온 것이라든가, 패스트푸드에 빠져 있다든가 하는 애정 어린 소개로 차세대 스타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하릴없이 주축 선수들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PGA 투어는 한국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5일(한국 시간) PGA 투어 공식 인스타그램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으로 장식됐다. 먼저 임성재(24·CJ대한통운)의 ‘이글-이글’. 15번 홀(파5)에서 정확한 티샷 뒤 3번 아이언으로 물 건너 그린에 가볍게 2온 한 임성재는 6m 남짓한 이글 퍼트를 넣었다. 후반 5번 홀(파5)에서는 드라이버 샷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348야드나 나가 핀까지 162야드만 남긴 뒤 4.5m 이글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이글 두 방과 버디 4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3타. 임성재는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세지필드CC(파70)에서 치른 PGA 투어 정규 시즌 최종전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73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단독 2위를 달렸다. 9언더파 선두인 재미 동포 존 허와 2타 차다.
63타는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4라운드 62타 이후 10개월 만의 개인 최소타이기도 하다. 열 달 전에는 62타를 발판 삼아 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직전 출전 대회인 3M 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임성재는 3승 기대와 함께 다음 주 시작될 플레이오프(PO)에 대한 기대를 부쩍 높였다. 임성재는 페덱스컵 랭킹 15위에 올라 PO 최종 3차전까지 출전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최근 화상 기자회견에서 LIV 골프 관련 질문에 “관심 없다. PGA 투어에서 많은 우승을 하고 계속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밝혔던 임성재는 경기 후 “한 라운드 이글 두 번은 처음인 것 같다. 이 감이 PO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형의 14번 홀(파4) 18m 버디 퍼트도 하이라이트로 올라왔다. 김주형은 1번 홀(파4) 그린 주변에서 잇따른 실수로 속칭 ‘양파’인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고도 3언더파로 마쳤다. 이경훈 등과 함께 공동 23위. 첫 홀에서 4타를 잃은 뒤 17개 홀에서 버디만 7개를 잡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김시우와 강성훈은 1언더파로 출발했다.
김주형은 “실수가 나와도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남은 홀에서 스코어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코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대회를 단독 7위로 마쳐 다음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그는 “이 대회 출전 자체에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하고 있다. 자신 있게 치고, 즐겁게 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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