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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달러·위안화 사용 늘고 북한식 삼성페이 ‘전화돈’ 이용도 급증 [조지원의 BOK리포트]

한은, 北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분석

북중 접경 지역은 위안화 사용 급증

농촌에서는 여전히 곡물로 화폐 지급

휴대폰 충전시간 전송해 결제하기도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주민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전으로 지급 결제 수단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북한에서도 새로운 전자지급수단이 보급되고 있다. 특히 휴대폰 충전시간을 이전해 지급하는 방식의 ‘전화돈’이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주민들의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등 외화 사용도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북한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 및 분석’을 통해 북한에서 통용되는 지급 수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0~2019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2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19년까지 북한에서 통용되는 지급 수단은 내화현금(북한원), 외화현금(달러·위안화), 곡물, 전화돈, 외화카드, 내화카드 등 6종으로 나타났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으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탈북자가 거의 없어 최근 현황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먼저 외화현금을 지급 수단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주민 비율이 2000년대 17.5%에서 2010년대 37.6%로 급증했다. 2010년대 이후 외화 지급이 확산된 것은 외화 수요 측면에서 몰수형 화폐교환조치 이후 내화현금 사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화 공급 측면에서 보면 무역과 해외인력파견 부문에서 대외경제교류가 이뤄진 영향을 받았다. 외화 사용은 현행 북한법상 불법이지만 2010년 이후로는 단속 안전원이 장마당에서 외화를 쓰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5000원권.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쳐


특히 신의주 등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위안화가 내화를 대체할 정도로 외화통용현상이 진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중 접경 지역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급 수단은 위안화현금으로 2010년대 0.0%에서 2010년대 47.5%로 늘었다. 특히 2015~2019년은 위안화가 59.6%, 내화가 40.4%로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위안화가 북한 접경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급 수단으로 가치저장수단, 가치척도, 교환매개수단 등 화폐의 모든 기능에서 북한 돈을 대체하는 상황이다.

조사에 참여한 한 탈북민은 “혜산에서는 내화가 필요 없었다”라며 “장마당에서 콩나물 한 봉지 가격이 0.5위안인데 내화를 보유하기 싫어서 1위안을 주고 2봉지를 구입한 적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급 수단은 여전히 내화다. 북한 저소득층도 내화보다 외화를 선호하지만 환전이 가능한 수준의 소득이 없어 내화를 보유하거나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영상점이나 편의봉사소 등 공식 기관은 여전히 내화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2018년 평양 과학기술전당에서 바라본 과학자 거리.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농촌에서는 곡물을 지급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다만 2000년대 20.7%에서 2010년대 14.7%로 다소 줄어들었다. 북한의 시장화가 도시에서 농촌으로 서서히 확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화에 수반해 화폐하도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농민들이 쌀, 옥수수 등 곡물을 많이 보유하면서 가치척도로 사용하는 데다 가치가 가장 안정된 현물화폐로 인식해 곡물 지급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1년에 탈북한 한 조사 참여자는 “함경도에서 강냉이가 화폐가 되는 이유는 어느 집이든 강냉이를 1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컴퓨터망, 이동통신망, 소프트웨어기술 등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전화돈, 외화카드, 내화카드 등 새로운 전자지급수단 사용도 확대됐다. 먼저 전화돈 이전방식 사용 경험은 2010~2014년 4.5%에서 2015~2019년 16.9%로 늘었다. 전화돈은 상품 구입자가 판매자에게 휴대폰 충전시간을 이전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통신회사에서 분기당 기본요금 2850원을 받고 기본통화시간 600분과 전화돈 450북한원(통화시간 100분)을 제공하는데 이를 초과하면 10달러를 주고 850북한원(통화시간 200분)을 충전한다. 기본요금으로 받은 내화와 추가 충전한 외화를 상품을 살 때 내는 방식이다. 다만 북한당국이 전화돈 전송금지조치를 취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점차 사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마을에서 주민들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파주=오승현 기자 2021.03.18


외화카드 지급 경험 주민 비율은 2010~2014년 5.4%에서 2015~2019년 14.0%로 늘었다. 외화상점 상품 구입, 택시요금, 휴대폰 요금 충전 등에 사용된다. 북한에서는 주로 100달러와 50달러가 유통돼 20달러 이하를 지급하거나 거스름돈을 받기 어려워 외화카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대부분은 조선무역은행에서 발행하는 나래카드를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내화카드 지급 경험 주민 비율은 2015~2019년 6.8%에 머물고 있다. 내화에 대한 불신과 국영상점 부진으로 내화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화카드는 조선중앙은행이 발급하는 전성카드가 있다. 미달러화 대비 북한원 환율이 8000원일 경우 100달러 1장을 교환했을 때 내화 최고액권인 5000원을 160장을 받아야 하는데 부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내화카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송금용으로 사용되고 국영상점 등 지급 수단으로 기능은 미미하다. 장마당에서 사용이 불가능하고 사용처도 제한돼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이 공식금융 부진과 외화통용현상을 겪는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북한이 내화카드를 적극 확대하지 않는 한 공식금융 정상화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주영 위원은 “북한의 외화통용현상은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주민들의 몰수형 화폐교환 우려, 네트워크 외부성 발현 등으로 심화되고 있다”라며 “북한의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정책이 재시행될 경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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