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을 종전의 5분의 1로 확 줄인 영향으로 유럽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가 완전히 가스 밸브를 잠글 경우 3개월도 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을 정도로 절대적인 가스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유럽에 물량을 몰아주는 미국에서도 공급난 우려로 가스 값이 급등하기 시작하는 등 러시아발(發) 위기로 국제 가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 가격은 ㎿h(메가와트시)당 223.75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23일(㎿h당 87.5유로) 대비 2.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TTF 가격은 지난달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이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를 종전의 40% 수준으로 줄이면서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량은 종전의 20%까지 줄어든 상태다. 독일 에너지 당국인 연방네트워크청(FNA)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이날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 현재 비축량으로 길어야 2개월 반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자체 전망을 내놓았다.
가계의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독일에서는 정부가 10월부터 기업과 가정에 가스 사용 부담금을 추가로 부과하기로 하면서 4인 가구 기준 연간 484유로(약 65만 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영국은 가구당 에너지 요금 상한선이 기존 1971파운드에서 10월에는 3582파운드(약 568만 원)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MMbtu당 9.3달러로 2월의 4달러대에서 2배나 상승했다. 전쟁 발발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물량의 70% 이상을 유럽으로 보내느라 정작 자국 내 공급 우려가 커진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가스 위기가 ‘셰일가스 혁명’으로 15년간 이어진 미국의 ‘가스 풍요’ 시대를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