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 최악의 고물가에 시달리는 영국에서 임금 인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주말부터 철도·버스·지하철에 이어 국내 최대 컨테이너 항만에서도 파업이 예고돼 대대적인 운송 및 교통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 시간) 영국 펠릭스토우항과 노조의 임금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21일부터 29일까지 파업이 예고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월은 소매업자들이 개학과 연말 연휴 등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시기다. 이 매체는 “1년 중 글로벌 배송이 가장 바쁜 시기에 발생”하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8억 달러 이상의 교역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유럽 내 타 항구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된다.
펠릭스토우항 파업에 앞서 영국 철도와 지하철, 버스 노동자들도 줄줄이 파업에 돌입키로 해 승객·화물 수송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철도해운노조(RMT)는 급등하는 물가 상승률을 임금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며 18일과 20일 파업을 단행한다.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 레일은 이번 파업으로 철도 운행이 기존의 20%로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에는 런던 지하철과 버스가 멈춰 설 예정이다. 런던교통공사(TfL)의 감원 등 운영비 절감 조치에 반발해 RMT 소속 지하철 노동자 1만여 명이 24시간 파업에 돌입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하철 파업은 올 12월까지 매주 금·토요일마다 런던 내 주요 노선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같은 날 영국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 소속 버스 근로자 1600명도 이틀 간 파업에 나선다. 이들은 회사 측의 ‘올해 3.6%·내년 4.2% 임금 인상’ 제안이 턱없이 낮다면서 공정한 급여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 내 도미노 파업을 촉발한 것은 기록적인 고물가로 인한 실질 임금 감소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10.1% 올라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며 올 2분기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이는 2001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낙폭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 19로 통근자 수가 줄어들면서 정부가 비용 절감 압력을 가해 철도 등 교통 부문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항구 파업으로 수출입 항로가 막히면 영국 경제에 잠재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안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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