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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책임 놓고 원·하청 갈등 반복…"공동이익 위한 협의체 시급"

[노동시장 이중구조 깨자] <하> 다단계 하청구조 틀 다시 짜야

使 "교섭 땐 불법파견 소지" 勞 "근로자성 인정해야" 팽팽

노조 활동 대기업에 쏠려 중기와 임금 양극화·비효율 양산

원·하청 이중구조로는 대립 되풀이…새 논의 테이블 마련을

대우조선해양이 지난달 23일 하청 업체의 점거 농성으로 중단됐던 1독 진수 작업을 재개했다. 거제=연합뉴스




51일간 지속된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파업 사태는 고질적인 원·하청 이중구조가 노사의 극한 대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일깨웠다. 하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한 이중구조 해결은 요원하다. 경영계는 하청 노사문제를 하청에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원청이 나서 하청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원·하청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노사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원·하청 단계의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공정하게 바로잡을지도 주목된다.

18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최근 사회적 이목이 쏠린 하청 파업과 농성은 하청 노사 간 갈등이 해결되지 못해 원청 피해와 책임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은 하청 사측과 교섭이 결렬된 하청노조의 원청 사업장(대우조선해양) 점거로 폭발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벌어진 전국택배노조의 파업과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도 같은 원·하청 문제다. 택배노조는 계약을 맺은 택배 대리점이 처우를 개선하지 못하자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흘째 진행되고 있는 화물연대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농성도 원청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화물기사인 화물연대 조합원과 교섭에 나서는 게 맞느냐가 쟁점이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원청 교섭 책임을 놓고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렸다. 경영계는 하도급법상 원청이 하청에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당연히 하청 근로자의 교섭 대상도 아니라고 강변한다. 특히 경영계는 원청의 하청 노사 교섭 개입이 불법 파견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제조업의 생산 업무에 파견 고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서 “하청 근로자를 모두 직고용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노동계는 원청이 택배기사·화물기사와 같은 하청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으로 좁혀 사용자성까지 회피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대법원을 비롯해 법원은 이미 여러 원·하청 사건에서 하청 근로자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10년 대법원의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노조 판결이 대표적인 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공고해지는 또 다른 원인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어진 노동조합 지형이 꼽힌다. 국내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수십 년째 20%를 못 넘을 만큼 낮다. 2020년에도 14.2%에 그쳤다. 그런데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 중심 노조에 쏠려 있다. 노조 활동의 핵심은 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한 처우 개선이다. 전체 사업장의 90%인 중소기업과 대기업, 공공 부문의 임금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이유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능력보다 연공에 따라 오르는 임금체계를 쓰고 있는 점도 임금 양극화의 또 다른 원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0인 이상 기업의 69%가 호봉제를 도입한 실정이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 내부 노동시장의 성격과 비정규직 활용’ 보고서에서 1987년 노조가 만든 대기업의 내부 노동시장에서 이중구조의 한 원인을 찾았다. 내부 노동시장이란 기업 안에서 만들어진 노동시장이다.

정 교수는 “이 내부 노동시장은 비경쟁적이고 비효율적 성격을 띠게 됐는데, (대표적으로) 제조업 대공장 노동자는 장기근속에 따라 임금이 크게 상승하는 호봉제를 적용받는다”며 “이는 (대기업을) 숙련과 역량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 없는 사업장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원청은 하청, 하청은 노사 간 분절된 교섭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하청 근로의 열악한 상황을 낳은 다단계 하청 구조는 더 이상 산업에서 이어갈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처럼 단층적 논의 구조가 아니라 원·하청 노사협의회와 같이 공동 이익을 위한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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