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기 싸움이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다. 해당 법안을 다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양당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소위 구성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오는 24일 기재위 전체회의 개최를 고려하는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표준을 1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종부세법을 별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를 두고 후반기 국회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초반 주도권을 갖기 위한 파워 게임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박대출 기재위원장은 23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단 지금으로서는 내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여는 게 불가피하지 않나 싶다”며 여야 간 교착 상황을 전했다. 기재위 여야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틀 연속 만나 기재위 산하 3개 소위 위원장을 배분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두 간사는 전일 회동에서도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종부세 개편안을 심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미 종부세 확정 전 실무 준비를 위한 법안 통과 데드라인을 넘긴 만큼 오는 30일 본회의 통과가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1가구 1주택자에 종부세 특별공제 3억 원을 도입해 공제 금액을 기존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실무기관인 국세청은 원활한 실무 처리를 위해 이달 20일까지 관련 세제 개편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해왔다.
올해 종부세 부과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여당의 비판에도 민주당은 “우선 급한 종부세 납부 문제나 억울한 종부세 대책은 적절한 시일 내 처리할 예정”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정부여당이 협조해야 할 기재위 내 과제가 있다”며 강경한 기조를 이어갔다. 앞서 민주당은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을 여야 간 1년씩 번갈아 가면서 맡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상임위나 소위 구성에 자기 역할 다하고 그 논의 과정에서 적절성 따져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마치 우리에게 책임 넘기는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체적인 법안 발의를 통해 부동산 이슈를 주도하려는 모습이다. 정부의 3억 원 특별공제 도입에 대해서도 과도한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민주당은 주택보유수에 상관없이 종부세 부과 기준선을 11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다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은 6억 원으로 중저가 2주택 소유자가 고가 1주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최근 1기 신도시 특별법 논란과 관련 재건축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여당은 거대야당의 횡포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세금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안이 민주당의 발목잡기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재 세제 개편안은 불과 6개월 전 민주당이 여당일 때 문재인 정권과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1가구 1주택 세 부담 완화와 같은 맥락이다. 여당일 때 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주장했던 국민 세 부담 완화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이냐”고 질책했다.
박 위원장 역시 “민주당이 심의에만 들어가고 협의한다면 조정을 할 여지가 있다”며 “국민의 세금 문제를 볼모로 발목을 잡게 되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민주당에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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