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중국이 향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양국 전문가들이 제언했다.
한중 양국의 전직 고위인사와 정부 연구기관 현직 수장,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수교 30주년 기념일인 24일 서울 플라자호텔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를 화상으로 연결한 행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보고서를 양국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중국은 장핑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양국에서 각 22명씩 총 44명의 전문가가 미래계획·정치외교·경제통상·사회문화 등 4개 분과 논의를 통해 한중 미래협력을 위한 비전을 도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양국 관계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상호존중과 호혜상생의 기초 위에 정치외교, 경제무역,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폭넓은 발전을 이뤄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 악화, 코로나19 대확산, 기후변화, 공급망 불안정 등 글로벌 도전이 부상하고 양국의 경제협력 구조가 수평적·경쟁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양 국민, 특히 청년 세대에서 상대에 대한 호감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협력의 기회와 도전이 병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것은 미래 한중관계 발전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 간의 다층적 전략대화 기제를 개선해 원활한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역사·해양 등 현안 관련 대화 기제를 활성화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상 교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차관급 '2+2' 대화, 공급망 안정을 위한 소통·협력, 해양경계획정 협상 등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군사분야에서도 고위급 전략 소통을 강화하고, 해상구조·대테러 등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며 청년 장교 교류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적극 추진,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 등을 계기로 한 디지털무역규범 마련 기여, 디지털·인공지능·첨단산업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 등을 추진하자고 제언했다.
위원회는 양국이 서로의 제도·문화를 존중하면서 상호 이해를 증진할 필요성에도 의견을 모았다.
보고서 제출 행사에는 양국 외교수장인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자리했다. 박 장관은 "지금 우리는 수교 당시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엄중한 대내외적 환경에 처해 있다"며 "한중은 앞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의 정신으로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이 부장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전략성, 비전성, 실천성 있는 정책 조언들이 중한관계 발전의 새로운 단계 격상에 힘을 보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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