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배경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를 지목하면서 유동성 부족 현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상황도 다르고 현재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만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상승이 국내 외환시장 유동성이나 국가 신용도에 문제가 있고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1997년이나 2008년 위기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데 예전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요국 환율도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당시와 달리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고 유동성이나 신용 위험보다는 물가 때문에 환율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50%로 봤을 때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제가 IMF에서 왔다”며 “어느 직원도 IMF 기준의 150%를 외환보유액으로 쌓으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에 오기 전 IMF에서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지냈다. 그러면서 “IMF 기준 150%를 쌓는다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되레 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IMF 기준치 150%(6455억 5000만 달러)에 맞추려면 2072억 70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원 90전 하락한 1335원 2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이 나오자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33원 9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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