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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인건비 청구서' 받은 국방 예산…병 봉급은 올리고, 무기 예산 줄삭감

내년 국방예산 4.6% 늘려 57.1조 편성

급여 예산 7% 올려 사상 처음 20조 돌파

방위력개선비 2%만 올려 물가에 못미쳐

항공기, 함정, 기동화력 등은 줄줄이 감액

북핵 대응용 3축 체계사업은 5.2조 편성

경항모 사업 누락…당국 "함재기 검토탓"

해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경항모 함대 상상도. 올해 정부 예산에서 반영됐던 기본설계 등 착수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는 후속으로 반영되지 않아 사업추진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이미지제공=해군




내년도 국방예산이 올해보다 4.6% 늘어 사상 처음 57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5%대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인플레를 반영한 실질 국방예산은 되레 올해 예산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방위력개선비 주요 항목들이 줄삭감됐다. 중국 등 주변국들의 해상 군사력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경항공모함사업은 아예 예산에서 누락됐다. 반면 인건비는 윤석열 정부의 ‘장병봉급 200만원’ 공약 추진 등의 여파로 눈덩이처럼 급증해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정부는 2023년도 국방예산을 2022년도 본예산 대비 4.6% 증가한 57조1268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국방예산은 2023년도 정부예산안의 일환으로 오는 9월 2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방부는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8.9%에서 5.2%로 대푹 감축하는 상황에서도 국방예산 증가율은 3.4%에서 4.6%로 확대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3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이 20km행군을 하고 있는 모습.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장병 봉급을 월 10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반영했다. /사진제공=논산훈련소


◆눈덩이 인건비 딜레마 직면한 국방살림

국방예산안 내역을 큰 범주로 나눠보면 전력운영비 40조1089억원(올해 대비 증가율 5.8%), 방위력 개선비 17조179억원(〃2.0%)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보면 인건비 등 경상비용만 눈덩이처럼 늘고, 첨단강군 육성을 위한 방위력개선비 증가율은 인플레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실제로 전력운영비중 가장 큰 비중(약 43%)을 차지하는 인건비(급여, 연금기금 전출금 등)는 사상 처음 20조원을 돌파해 20조5144억원에 달했다.

인건비 중에서도 급여정책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7.0% 증액된 17조1823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병사 봉급 인상 등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병사봉급 인상방안에 대해 “병 봉급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일명 ‘내일준비지원금’)을 결합해 2025년까지 병장기준 205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사 봉급은 병장을 기준으로 올해 67만6000원에서 내년엔 100만원으로 인상된다. 내일준비지원금 월간 적립액도 올해 14만1000원에서 내년 30만원으로 두 배이상 오른다.

병사 봉급의 급격한 인상은 결과적으로 직업군인에 대한 연쇄적 인건비 상승을 촉발했다. 국방부는 병 봉급 인상에 따른 단기복무 장교 및 부사관의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단기복무장려금(수당)도 50%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교는 현행 6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부사관은 현행 50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해당 수당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땜질식 수당 인상만으로는 급격한 병사 봉급 인상에 따른 직업군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사기저하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병역자원 급감 속에서 적정 병력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장교 및 부사관 등에 대해 추후 더 적극적인 처우개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는 인건비 등 경직성 예산의 비중을 한층 늘려 상대적으로 첨단전력 개발 및 획득에 쓰여야할 재원을 제약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장병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해 받은 급여인데 일반 노무자 인건비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군 안팎에서 적지 않다.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들과 달리 대다수의 남성들은 한창 학업이나 경제활동을 왕성히 할 나이에 입대해 긴 시간을 국가에 헌신하므로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에는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가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직업군인과 일반 병사이의 형평성을 감안해 적절한 속도와 수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내 화합과 사기를 저하시키고, 국방재정 건전성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국방력 약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지난 7월 19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를 이륙하며 성공적인 첫 비행시험에 나서고 있다. 해당 시제기 제작이 마무리 되면서 내년도 항공기 예산 등이 축소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사진제공=방사청


◆줄삭감된 무기 구입비

정부가 가뜩이나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인건비가 늘다보니 결과적으로 무기 신규 확보예산은 줄삭감됐다. 내년도 방위력개선비가 총액으로는 올해보다 2.0% 늘어 17조원을 돌파하게 됐지만 이는 방위산업 수출지원 및 북핵 위협억제용 3축 체계 확충을 위한 예산 증액에 따른 것일 뿐 다른 무기 및 장비 예산은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역내 안보상황이 어느때보다 위중한데 우리 정부와 군은 임금잔치는 하면서 무기구입예산을 졸라맨 것이다.

방위력개선비 주요 항목별 증감율을 보면 함정 예산 -4.8%(2조2280억원), 항공기 예산 -4.3%(2조5069억원), 지휘정찰 예산 -2.7%(2조6677억원), 기동화력 예산 -2.1%(3조1030억원), 방위사업정책지원 예산 14.0%(3조8534억원), 유도무기 예산 8.6%(2조4253억원), 방위사업행정지원 등 기타 예산 12.7%(2336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KF-21전투기 연구개발이 종료됐고, 이지스구축함 사업인 '광개토-Ⅲ’의 선도함정 건조사업이 끝난데다가 항공기 쪽 연불액이 줄어 방위력개선비 (주요 항목들의) 감소가 발생한 것"이라며 “국방비에서 방위력개선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기존에는 30%였는데 올해에는 29%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 등 다른 대형사업들이 착수되면 2024년부터는 방위력 개선비가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30% 수준으로 편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개발한 수직이착륙형 스텔스전투기 F-35B가 지난 2011년 10월 3일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호에서 처음 수직착륙을 하고 있다. 우리 군은 향후 도입을 추진 중인 경항모에 수직이착륙전투기를 탑재하는 방안을 놓고 F-35B 등을 저울질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경항모 예산 왜 빠졌나

그나마 내년도 방위력개선비 사업 항목중 유도무기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은 우리 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미사일을 확충하려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전력들이 주로 북핵 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최근 중국의 대만해협 포위사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안보위협은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경항모 사업 예산이 누락됐다. 지난해말 국회는 2022년도 국방예산에 경항모 개발 사업의 착수금(기본설계비)으로 약 72억원을 편성했는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해당 사업 항목이 아예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래 전력으로서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지만 (경항모에 탑재할 함재기 기종을) 수직이착륙기로 할지 , 국산 함재기로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그 결과에 따라 경항모의) 기본설계절차를 계속할지 여부에 방향이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경항모의 함재기로 유력시됐던 것은 F-35B였다. 그러나 항속거리, 무장능력 등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자 차라리 KF-21 등을 기반으로 파생형인 함재기를 만들자는 의견도 방산업계에서 논의돼 왔다. 정부가 이번에 경항모 예산을 누락하면서 함재기 검토를 이유로 댄 것도 KF-21의 함재기형 개발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 본뒤 이를 반영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가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내부검토중인 KF-21 함재기형은 수직이착륙기가 아니다. 따라서 활주로가 짧은 경항모에서 뜨고 내리려면 가속을 위해 이륙시 비행기를 밀어주는 사출기(캐터필터)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해당 기술은 아직 국내에 전무한 상태다. 미국, 영국 등에서 관련 기술이전이나 자문 등을 받으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개발 할 수 있지만 이는 최상위급 우방들에게도 공유하지 않는 전략자산의 기술이어서 협조를 얻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다른 대안은 캐터필터 없이 전투기 자체 추진력만으로 충분히 가속을 얻어 이륙할 수 있도록 항모의 활주로 길이를 늘리거나 스키점프대 방식으로 형상을 디자인하는 방안이다. 다만 활주로 길이를 늘리다 보면 사실상 경항모가 아닌 중형 항모에 가깝게 체급이 늘어나 개발예산이 늘어날 수 있고, 스키점프대 방식 적용시 현재의 개념설계안을 전면 수정해야해 개발기간이 한층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사실상 윤석열 정부가 함재기를 핑계로 경항모 사업을 좌초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군의 한 관계자는 “무역로 보호나 우리 해역의 안보관리 차원에서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군 내에 대체로 이견이 없어서 사업 자체를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신 작전에 부합하는 성능을 갖출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이 지난해 열린 '서울 ADEX2021'행사를 통해 전시한 장사정포 방어체계(LAMD) 개발제안 모형의 모습. 서울경제DB


한화시스템이 구상중인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이미지. 이미지제공=한화시스템


◆3축 체계 투자는 강화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사업 예산을 5조2549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3축 체계는 자위권 차원의 선제적 대응인 ‘킬체인’,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적의 도발원점이나 지휘부에 반격을 가하는 ‘대량응징보복능력(KMPR)’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이중 킬체인을 위해 중고도정찰용 무인항공기 사업 등을 이번 국방예산에 포함시켰다. KAMD 차원에서는 ‘다층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패트리어트 성능개량, 장사정포 요격체계 사업을 예산안에 편성했다. 압도적 KMPR 구현을 위해선 230mm급 다연장로켓 등의 예산을 반영했다.3축 체계와 별개로 K-2전차 3차 양산 사업, 울산급 배치-Ⅲ 사업, 전투예비탄약 확보 사업 등이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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