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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소주성 정책은 韓 진보 집단지성의 오류"

■좋은 불평등

최병천 지음, 메디치 펴냄

▶ '소주성 전문가'의 자기 반성

마르크스 '자본 대 노동' 계급론에

부자 돈 나누는 로빈후드식 정책

노동 대 비노동 등 불평등은 간과

사회과학 아닌 사회운동 가까워

최저임금 등 모든 카드 쓰고도 실패

성장·고용·고령화 통합 관점 필요





“최저임금 1만원과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참모들만이 아니라 한국 진보 세력이 두텁게 합의하고 20여년 넘게 주장했던 정책들이었다. 소주성이 틀린 것이라면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오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도발적인 제목의 신간 ‘좋은 불평등’은 보수 경제학자가 아닌 진보 진영 정책 전문가의 자기 반성문 성격이 짙다. 저자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당 발기인으로 2012년부터는 민주당에서 활동했다. 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소주성특별위원회 전문위원도 역임했다.

그는 문 정부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달리 ‘25년짜리 진보 정책’을 실천한 ‘25년짜리 진보정부’라고 규정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사회복지 대폭 확대, 부동산 정책에서 종부세와 양도세의 대폭 인상, 임대차 3법, 탈원전 정책 등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진보세력 내 공감대를 이루던 정책을 거의 대부분 실천해 봤다는 이유에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하지만 결과는 최악의 ‘고용 쇼크’와 불평등 확대다.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올리자 그 해 신규 일자리는 9만7000명 증가에 그쳤고 하위 1·2분위(각각 20%) 소득은 급감했다. 재임 기간을 놓고 보더라도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신규 취업자는 연 평균 33만명을 웃돌았지만 문 정부는 20만명을 밑돌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흔히 한국 진보 세력은 불평등 확대는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시작했고 재벌·신자유주의·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적폐가 원인이며 보수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마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통념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한다. 또 진보 진영은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해롭다고 오해하고 있고 글로벌 차원이 아닌 국내에서만 원인과 대안을 찾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 소장은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평등 증가의 시점을 1992년 한·중 수교로 본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한국 대기업이 ‘수출 대박’을 터뜨리자 1987년 노동 민주화로 교섭력이 커진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도 급격하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이는 상층 소득이 올라갔다는 점에서 ‘좋은 불평등’이다. 반면 2014년 시진핑 정부가 ‘신창타이’를 선언하며 산업구조 고도화, 중간재 국산화 등을 추진하자 대중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한국의 불평등도 줄고 있다. 이는 ‘나쁜 평등’에 해당한다.

저자는 “한국 진보세력은 불평등 해결은 ‘진보의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수출·성장·투자는 ‘보수의 아젠다’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하지만 현실은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좋은 불평등이 있을 수 있고, 거꾸로 나쁜 평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요컨대 불평등 자체는 절대악이 아니며 다른 경제 지표와 함께 균형 있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이 집단 사고의 오류를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식 계급론의 잔재 탓에 대기업과 부자를 억누르고 노동자와 서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로빈후드식 세계관에 빠져 있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자본 대 노동’ 외에 ‘자본 대 자본’, ‘노동 대 노동’, ‘노동 대 비노동’ 등 다양한 불평등 요소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연금 개혁, 직무급제 도입 등 상층 노동자에게 불리는 정책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자본 대 노동’ 계급론의 단적인 사례다. 또 노동 담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임금 불평등에만 주목하다 보니 가구 소득과 자산 불평등 해소는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현실에서 ‘진짜 하층’은 저임금노동자가 아니라 65세 이상의 빈곤 노인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한국 진보세력의 주장은 애초에 ‘사회 과학’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논리에 가깝다.”

최 소장은 기존의 진보학자들의 경제 이론을 “상층에서 재약탈을, 하층에게 재분배를”라는 식의 ‘적폐의 경제학’으로 규정한다. 대안으로는 국제 질서 변화, 세계화 양상, 기술 변화 등에 대응한 ‘환경 변화의 경제학’을 제안한다. 그는 “불평등, 경제성장, 고용, 수출 투자를 모두 중시하는 통합적인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 계층 사다리를 통한 역동성 회복, 사회적 약자의 처우개선을 통한 불평등 축소 등을 3대 경제정책 방향으로 제시한다. 특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 등 ‘초고령화 대책’이 불평등 완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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