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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술 한잔에 시 한 수” 한중 대표 酒詩 100여수

■주시 일백수

송재소 역해, 돌베개 펴냄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시 ‘나그네’의 한 구절이다. 이처럼 시인은 술을 매개로 한편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신간 ‘주시 일백수’는 술을 주제로 한 한국의 시 58수와 중국의 시 56수를 수록했다. 청나라 문인 오교는 “산문은 쌀로 밥을 짓는 것에, 시는 쌀로 술을 빚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술 냄새가 짖게 배어있는 100여 수의 시에는 오래된 벗인 술과 얽힌 시인의 희로애락과 가지가지의 곡절이 담겨있다. 각 시마다 해설면을 마련해 작품의 시대적 배경, 당시 시인의 상황, 관련 고사들을 소개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역자는 주당으로 소문난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다. 그는 나이 팔십이 된 지금도 매일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고 있다고 한다. 송 교수는 머리말에서 “몹쓸 병에 걸려서 술을 마시지 못하고 맨숭맨숭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그것은 최악은 참사일 것”이라며 “나의 오랜 벗 술에게 헌증하는 기념물”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술 마니아인 그는 부록으로 대표적인 백주, 황주의 기원과 분류, 제조 방법 등도 담았다.



수록된 시는 멀리서 찾아온 친구와 술을 마신 시, 금주를 권하는 시, 술 자체가 벗이 되어 자작하고 권주하는 시 등 다양하다. 중국의 시인 백거이는 “초록 개미 떠 있는 새로 빚은 탁주에/붉은 진흙 조그마한 화로도 있소/저물녘 하늘엔 눈이라도 오려는데/술 한 잔 마시지 않으시려오.”라며 이웃인 듯한 유십구에게 자리를 청한다.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중국 두보는 ‘취시가’에서 “유학(儒學)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공자도 도척도 모두 티끌 되었는데/이 말 듣고 마음에 슬퍼할 필요 없소/살아생전 서로 만나 술이나 듭시다”라며 인생의 허망함을 얘기한다. 두보는 당나라 말기 전란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파란만장하게 살다가 59세에 배 위에서 객사했다.

술을 좋아했던 고려 시대 문인 이규보는 ‘삼백운(三百韻)’의 시를 짓던 날 아들이 태어나자 뛰어난 시인이 되라는 뜻에서 아명을 ‘삼백’이라고 지었다. 하지만 술만 진탕 마시자 ‘아들 삼백이 술을 마시기에’라는 시를 남겼다. “너 이제 어린 나이에 술잔을 기울이니/조만간 창자가 썩을까 두려워라/네 아비 늘 취한 것 배우지 마라/한평생 남들이 미치광이라 말한단다/한평생 몸 망친 게 모두가 술 탓인데/네가 술 좋아하니 이를 또 어이할꼬/삼백이라 이름 지은 것 이제야 후회하니/날마다 삼백 잔을 마실까 두렵구나.” 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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