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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터지면 사망률 50% '머릿 속 시한폭탄' 뇌동맥류…"젊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작가·간호사 등 사망에 관심 집중

작년 14.4만명 진단…5년새 2배↑

20~30대도 뇌출혈 발생 적지않아

가족력·고혈압 있다면 조기 진단

파열 전 극심한 두통·구토 등 증상

평소 혈압 관리…금주·금연 실천을





#평소 두통을 달고 사는 직장인 박현욱씨(41·가명). 최근 회사 후배의 부고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박씨보다 두 살 어리고 건장한 체격이었던 후배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박씨는 "몇주 전 회사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도 전혀 아픈 기색이 없어 보였던 터라 더욱 믿기 어려웠다"며 "퇴근길에 갑자기 병원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뒤 깨어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스트레스 탓이려니 하고 두통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매일 보던 동료가 갑자기 쓰러졌다니 남일 같지 않다"며 "큰 병원에 가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그린 장성락 작가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평소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았다던 고 장성락 작가의 사망 원인은 뇌출혈. 이달 초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사망한 30대 간호사 역시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한창 사회활동이 활발한 시기인 30대라도 뇌출혈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0만 4869명이 출혈성 뇌졸중으로 의료기관을 찾았다. 그 중 30~40대는 1만 3225명(12.6%)으로 집계됐다. 뇌출혈 환자 10명 중 1명은 30~40대라는 의미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뇌동맥류가 파열되며 뇌출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혈관의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부풀어 오른 뇌혈관이 꽈리를 형성하고 뇌혈류가 유입되다보면 점점 커지다가 파열될 수 있다. 뇌졸중이 뇌혈관 파열 또는 뇌로 가는 혈액공급이 차단되어 발생한다면 뇌동맥류는 동맥벽이 약해진 결과라는 게 차이다. 문제는 뇌동맥류가 터져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30~50%에 달한다는 것. 생존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뇌동맥류가 ‘머리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혈관이 분지하는 부위에 병변이 발생하다보니 학계에서는 혈류의 방향이 급격히 전환하는 과정에서 혈관벽이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것으로 추측한다. 고혈압, 흡연과 같이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나 생활습관은 대표적 위험인자다. 대부분의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다. 간혹 사시, 복시(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현상), 안검하수(윗눈꺼풀이 늘어지는 현상) 또는 갑작스런 시력저하와 같은 뇌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드문 편이다. 많은 환자들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뇌동맥류를 발견하게 된다.

뇌동맥류 발생빈도는 전체 인구의 1~5%로 보고마다 조금씩 다르다. 분명한 건 최근 뇌동맥류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비파열 대뇌동맥류 환자는 2016년 7만 828명에서 2021년 14만 3828명으로 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발생 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증가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검진 과정에서 진단받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뇌동맥류는 다른 여러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고령일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3배 가량 높다. 즉 40~60대 여성은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꼽을 수 있다. 따라서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40대 이후부터 개인별 위험인자를 따져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만약 고혈압 등 혈압과 연관된 질환이 있거나 뇌동맥류, 뇌출혈 등의 가족력이 있다면 30대도 정기검진을 필요가 있다. 실제 배우 정일우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스물여설 살에 뇌에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강박과 무서움이 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CT(컴퓨터단층촬영),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MRA 검사로 뇌동맥류의 95%를 잡아낼 수 있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뇌혈관 조영술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해 치료하면 95% 이상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뇌동맥류가 발견된다고 해서 반드시 파열되거나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전문의가 동맥류의 모양과 위치, 크기와 환자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고준석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크기가 3mm 이하이고, 환자의 나이가 많다면 경과를 관찰하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만 크기와 관계없이 모양이 울퉁불퉁해 파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적 수술은 크게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로 나뉜다. 클립 결찰술은 이마 부위 두개골을 열고 클립 같은 고정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를 졸라매는 수술법이다. 코일 색전술은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을 통해 뇌동맥에 가느다란 도관을 삽입한 다음 동맥류 내부를 백금 등으로 만들어진 특수 코일로 채워넣어 뇌동맥류를 막는 방식이다. 수술하지 않는 경우에는 1년에 한 번 꼴로 정기검사를 통해 크기나 모양 변화 여부를 관찰한다.

치명적인 뇌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파열되기 전에 미리 발견해 관리하는 것이다. 뇌동맥류 파열 전 증상은 주로 △둔기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 △뻣뻣해지는 뒷목 △구토 등이다. 증상이 심하면 마비?의식소실?호흡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두통 등이 발생했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드물지만 감기 증상처럼 가벼운 두통이 수 일간 지속될 수도 있다. 뇌동맥류 발생 및 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 위험인자 관리가 최선이다. 고 교수는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되도록 금주, 금연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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