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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 잡고 싶어 경찰 됐죠” 강남 룸살롱 마약 사건 해결한 3년차 형사 [이웃집 경찰관]

■강남 유흥주점 마약 공급책 잡은 신성욱 경장

통화 기록 분석·추적·잠복…주말·밤샘 근무 일상

“범죄 처벌·피해구제 동시에 하는 형사 매력적”

“마약하던 20대 청년, 단약 후 연락올 때 보람”

강남경찰서 형사과 신성욱 경장이 지난달 5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표창장을 받았다. 신 경장은 최근 강남 유흥주점 마약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약 공급책을 검거했다. 본인 제공




경찰이 마약 범죄자를 쫓는다. 의지할 건 휴대폰 위치추적 뿐이다. 수서역에서 학여울역, 도곡역. 경찰은 직감적으로 범인이 지하철이 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순간, 범인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은 조심스레 역 안으로 들어갔고, 화장실을 수색했다. 유일하게 잠겨있던 한 칸. 범인은 현장에서 바로 붙잡혔다.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니다.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 공급책을 잡은 신성욱(30) 경장의 경험담이다. 신 경장은 “경찰 생활 6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 소속인 신 경장은 지난 7월 발생한 강남 룸살롱 마약 사건의 공급책을 검거한 주역이다. 앞서 지난 7월 5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에서는 30대 여성 종업원, 20대 남성 손님이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들어간 술을 마신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숨진 남성의 차량 안에선 약 2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다량의 필로폰이 발견됐다.

경찰이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의 마약 유통책 등으로부터 압수한 물품. 사진제공=강남경찰서


신 경장이 소속된 강남서 형사과 마약팀은 계좌 추적,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해 마약 유통·공급책 6명을 붙잡았다. 그는 “당시 마약팀이 부여받은 명과는 ‘이 마약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며 “해당 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었던 다른 사건의 피의자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흥업소 업체 이름이 등장해 의아했는데,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하고 피의자 진술을 확인하면서 A씨가 마약 알선책이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약 조직 총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주고받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했다. 신 경장은 약 3일간 잠복한 끝에 송파구 방이동에서 마약 공급책 및 투약자 6명을 붙잡아 이 중 5명을 구속했다. 현재 이들은 마약을 유통하고 공급한 혐의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 신 경장은 공급책 검거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표창장을 받았다.

강남경찰서 형사과 신성욱 경장이 김광호 서울경창청장에게 표창장을 받고 있다. 신 경장은 마약팀 소속일 당시 강남 유흥주점 마약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약 공급책을 검거했다. 본인 제공




마약 범죄자를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밤잠을 아껴가며 통화 내역 등 각종 서류를 들여다보다 새벽 늦게 귀가하는가 하면, 주말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 도망가는 피의자를 쫓고, 일주일씩 잠복했다가 덮치는 일도 다반사다. 신 경장은 “마약 수사는 보통 한 달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건의 경우, 다른 때보다 빨리 검거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모두 6명을 검거했다.

최근 마약 사건이 크게 늘면서 일이 더 바빠졌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총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01명)보다 14.6% 늘었다. 강남서 마약팀 경찰 한 명이 담당하는 사건 수가 다른 팀 경찰에 비해 월등히 많아진 이유다. 신 경장은 “전국에 있는 형사 선배, 후배들이 실제로 고생을 많이 한다”며 “일이 많다 보니 9-6 업무 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출장도 많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범인 한 명을 검거 하기 위해 형사들은 밤을 새가면서, 주말에 출근하면서 많은 노력을 해요. 좋게 봐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5일 ‘강남 유흥주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약 유통책 4명을 구속 송치했다. 연합뉴스


신 경장은 마약사범이 늘어나는 한편, 마약을 접하는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보통 마약은 부유층들이 쓰는 ‘향락의 도구’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젊고, 어리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많이 접한다”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이들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예방하는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5일 ‘강남 유흥주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약 유통책 4명을 구속 송치했다. 벙거지 모자를 쓴 50대 남성 A씨는 마약을 투약한 뒤 숨진 유흥주점 손님에게 생전에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있다. 연합뉴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를 웃게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신 경장은 마약에 손을 댔던 피의자가 약을 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고 전했다. 보통 마약 범죄자들은 자신을 조사, 처벌한 경찰을 원망하지만, 일부는 단약 의지를 다잡고 성실하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가끔 연락 오는 20대 초반 남성이 있어요. ‘잘 지내냐, 약은 안 하고 있지?’ 그렇게 안부를 주고 받죠. 약을 다시 안 하겠다는 의지를 다잡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아요.”

3년차 형사인 신 경장의 꿈은 ‘마약사범 일망타진’이다. 제조부터 유통책, 총책까지 크게 잡아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처음부터 마약팀에서 일하고 싶어서 형사가 됐어요. 피의자를 검거해서 처벌도 하지만, 피해자 구제도 동시에 하잖아요. 그 점에 매력을 느껴 앞으로도 평생 형사로 일할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마약 총책부터 밀수책, 제조, 유통책까지 제대로 일망타진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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