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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심심(甚深)한 사과’와 ‘디지털 문해력’

미래 교육, 디지털 문해력 중요

글로벌 표준 공감대 형성 필요

박유현 DQ연구소 대표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말이다. 이는 한 기업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놓고 ‘심심(甚深·깊고 간절함)한 사과’라는 표현을 쓰며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진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디지털 기술은 잘 다루지만 문해력은 계속 떨어지는 젊은 사람의 세태를 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 교육부도 우리나라의 디지털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요즘 젊은 세대만 탓할 일은 아니다. 20~40대는 한문을 제대로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맥과 상관없이 ‘깊고 간절한’을 ‘지루하고 재미없는’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문해력(literacy)과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은 다르다는 점이다.

필자가 2017년 초 OECD의 미래 교육에 대한 프레임워크(OECD learning framework 2030) 개발에 참여하며 미래 교육 전문가로 활동할 당시 기초 소양은 문해력과 수리력(numeracy)으로만 규정돼 있었다. 이에 “미래 교육에는 디지털 문해력을 기초 소양으로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DQ(디지털 지능, 종합적인 디지털 역량의 국제표준)의 개념을 제시했다.



다행히 필자의 제안이 ‘합리적’이라는 공감대를 이루면서 OECD 2030 프레임워크에 반영됐다. 우리나라도 올해 교육부 개정안에 ‘디지털 소양’이 기초 소양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기쁜 일이다.

그렇지만 ‘디지털 문해력’을 그저 온라인의 글에 대한 ‘문해력’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혹자는 이를 코딩이나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과 같이 기술적인 역량으로 생각하고는 한다. 이 또한 좁은 정의다.

다시 ‘심심한 사과’ 논쟁을 예로 들어보자. 문해력은 말 그대로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이다. 문자의 뜻을 이해할 뿐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까지 포괄한다. 즉 누군가 ‘심심한 사과’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디지털 문해력은 온라인상의 영상·이미지·문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읽고 쓰고 참여하는 능력이다. 온라인에서는 다수가 실시간으로 쌍방향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뜻과 맥락만 이해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질을 평가해 참과 거짓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 판단을 근거로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서 분별력 있게 반응하고 윤리적으로 참여하는 것까지 포괄하는 종합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심심한 사과’에 대해 “나는 하나도 안 심심해”라며 분노를 표출한 사람도, 이 분노 댓글을 비아냥거린 사람도 디지털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 세대에 걸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매우 시급하다. 물론 그보다 선결 과제는 글로벌 표준에 맞는 디지털 문해력이 무엇인지를 알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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