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악몽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태풍 ‘힌남노’가 6일 아침 창원시를 지나갔지만 20년 전 태풍 ‘매미’ 때와는 다르게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003년 태풍 '매미'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 해안가 저지대를 덮쳤다.
당시 만조 시간과 태풍 상륙 시간이 겹치면서 마산만 수위가 크게 상승해 시가지에 해일이 들이닥치면서 상가 등에 있던 시민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재민 9200여 명과 재산피해 5900억 원도 발생했다.
‘역대급’으로 세력을 키워 한반도를 덮친 힌남노는 이동 경로가 비슷하고 추석 즈음에 우리나라로 북상한 가을 태풍이라는 점,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때까지 강한 위력을 유지한 점, 만조 시간에 맞춰 경남에 상륙한 점이 여러모로 '매미'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태풍 '매미'의 피해가 재현될까 우려한 창원시와 지역 주민들은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창원시는 지난 주말부터 물막이용 모래주머니 8만7000개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안병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은 "모래주머니를 1만2000개 정도 준비했는데, 원하는 주민이 많아 몇 배나 더 만들어 지원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창원시 방재 역량도 크게 나아졌다.
창원시는 매미 피해 후 어시장 일대와 월영동, 해운동 등 마산합포구 저지대 침수를 막고자 수백억 원을 들여 지난 2007년 구항 배수펌프장과 2020년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새로 만들었다.
구항 배수펌프장은 분당 빗물 476톤, 서항지구 배수펌프장(1·2펌프장)은 분당 빗물 2174톤을 내보낼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수펌프장은 태풍 ‘힌남노’ 대비에 톡톡히 쓰였다. 창원시는 마산만 만조시간인 6일 오전 4시 41분을 전후로 구항,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을 가동해 빗물을 강제로 바다로 흘려보냈다.
박창선 창원시 마산합포구 안전건설과장은 "'힌남노' 영향으로 만조 수위가 크게 올라갔지만, 펌프장을 100% 가동하지 않고도 배수에 큰 문제가 없었다"며 "옛날 같았으면 배수 요청이 쇄도했을 건데, 이번에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횟집이 몰려있는 어시장 해안가를 따라 투명 강화유리 벽, 기립식 방재 벽이 있는 방재언덕이 생기면서 태풍 대비가 더 충실해졌다.
이같은 철저한 대비는 혹시 있을지 모를 해일 피해를 막았다.
강풍으로 간판, 신호등 등 시설물이 일부 부서지고 떨어지긴 했으나 인명피해는 없고 재산피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창원시는 파악했다.
어시장 상인 이천만 씨는 "밤새 해일이 덮쳐 추석 장사를 망칠까 조마조마했는데, 침수나 정전 없이 태풍이 지나간 것 같다"며 "일찍 나와 가게를 둘러봐도 눈에 띄는 피해가 없어 추석 장사 재개에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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