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상륙했던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보물로 지정된 경북 경주시 굴불사지 석조사면 불상 주변의 토사가 붕괴됐다. 다행히 높이 약 3.5m의 바윗덩이 4개면에 불상을 새긴 유물 자체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6일 새벽 상륙한 태풍 힌남노로 인한 피해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건, 사적 12건, 국가민속문화재 1건 등 총 14건이라고 이날 오후 밝혔다. 지역별 피해 상황은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북이 6건, 경기 4건, 서울과 제주가 각 2건으로 집계됐다. 문화재청은 즉시 피해문화재에 대한 긴급복구와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양졸정 우측 담장이 무너졌다. 양졸당 이의징(1568~1596)을 추모하기 위해 1734년 후손들이 지은 정자다. 이 외에도 양동마을 가옥과 주변 일부가 침수됐다. 문화재청 측은 “배수작업이 진행 중이며 담장은 자체복구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적으로 지정된 경주 월성은 남쪽 비스듬한 성벽 일부가 약 15m 폭 정도 유실됐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현재 추가 붕괴 우려로 접근이 곤란하다”면서도 “현장 확인 후 복구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서악동 무열왕릉 바로 뒷편에 위치한 사적 ‘경주 서악동 고분군’의 고분 하나가 껍질 벗겨지듯 반쪽 표면이 유실됐다. 6세기초~7세기 중엽 삼국시대 고분으로 추정되나 아직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무덤들이다. 고분을 덮은 잔디가 폭우에 뜯겨나간 것이라 무덤 자체의 피해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대릉원 일원의 금관총 전시관도 피해를 입어 현재는 우장막이 설치됐다.
태풍이 할퀴고 간 경북 포항의 사적 장기읍성에서는 동문지 인근 당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뽑혔다.
서울에서는 사적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의풍각 주변 주목 1그루와 소나무 2그루가 비바람에 부러졌다.
경기 지역에는 조선 왕릉의 피해가 보고됐다. 사적인 영주시 영릉의 정자각 서쪽 소나무 1그루가 부러져 쓰러졌다. ‘왕릉뷰 아파트’ 논란의 주인공인 김포 장릉 주변에서도 소나무 1그루와 참나무 2그루가 부러졌다.
실시간으로 전국 문화재 피해 현황을 확인한 문화재청 측은 “추가 피해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와 응급조치를 실시했고 경미한 복구 사항은 궁능 및 소관 지자체가 현장 자체복구를 실시하게 했다”면서 “피해 문화재에 대한 긴급보수 신청을 받고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화재청의 긴급보수 예산은 9월 현재 6억6400만원 정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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