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환율발작에 거품 문 세계경제…"내년까지 달러 강세 이어질 것"

[킹달러 글로벌 폭격]

유로 패리티 깨지고 엔화도 추락

신흥국 넘어 유럽·日 등도 적신호

글로벌 인플레·부채 위기 부채질

수입 중심 美는 물가잡기 호재로

중국 등은 "달러 패권 이용" 반발





8월 소비자 물가가 80.2% 상승한 튀르키예의 수도 이스탄불의 한 상점에서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인들이 올여름 이탈리아 로마에서 5유로짜리 젤라토를 사먹는다면 달러 기준 5달러만 내면 된다. 1년 전이었다면 6.5달러를 내야 했다. 영국 런던에서 85파운드짜리 공연을 관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110달러에서 100달러로 내렸다.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 비용이 적게는 10%, 많게는 25% 저렴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촉발한 달러화 초강세의 수혜자는 사실상 미국이다. CNN은 “달러화 강세는 유럽을 돌아다니는 미국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에는 나쁜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강달러가 신흥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과 부채 위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달러 초강세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면서 나머지 세계에서 골칫거리를 만들 수 있다”며 “유럽과 일본에서는 미국 수입품을 비롯해 달러로 가격을 책정하는 모든 종류의 물가가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연준 등 미국 주류 경제학계의 시각은 다르다. 연준에서 국제 업무를 지휘했던 씨티은행의 네이선 시트 글로벌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의무는 가격 안정성을 찾고 미국의 완전 고용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게 연준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국내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미국은 세계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준이 핵심 의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은 미국이 사실상 강달러의 유일한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달러화 강세는 미국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넷플릭스·애플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강달러는 부담이다.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거둔 수익을 미국으로 송금할 때 환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토로의 글로벌시장전략가인 벤 라이들러는 “달러 상승이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이익 성장을 5%, 약 1000억 달러 감소시킬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악영향은 제한적이다. 1985년 무역적자를 피하기 위해 이뤄진 플라자합의에서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끌어내려야 했던 시절과 달리 현재 미국의 경제구조가 수입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무역적자는 강달러가 본격화한 올 3월 이후 오히려 감소하는 모양새다. 상무부 산하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무역적자 규모는 올 3월 1076억 달러에서 6월에는 796억 달러대로 지난해 4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 초 달러지수가 96.71에서 7월 중순 108.54까지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강달러가 미 무역수지에 악재라는 통념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 셈이다.

오히려 달러화 상승은 수입 가격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완화해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배녹번글로벌포렉스의 수석시장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달러 강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0.2~0.3%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부담 없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달러화 강세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 경기 부진과 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융 중개 서비스 업체 찰스슈와브의 캐시 존스 최고채권투자전략가는 “현재 강달러를 유지하는 요인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고 현재 금융시장에서 달러 외에 매력적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2023년까지 달러 강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들어 외환전략가 7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 올해 말까지 강달러 추세가 이어진 끝에 추세가 다소 꺾일 것이라면서도 올해의 달러화 상승 폭이 모두 상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올해 들어 13% 하락한 유로화의 경우 6~12개월 뒤 유로당 1.02~1.06달러 수준으로 회복되겠지만 이 경우 상승 폭은 3~7% 수준에 그친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강달러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아르메니아 정치경제전략연구센터의 베냐민 포고시안 회장을 인용해 “미국은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달러 패권을 사용하고 있다”며 “수천만 명의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지만 미국은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이 스스로를 글로벌 인권 수호자로 묘사하는 만큼 자국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