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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왜 서문시장을 찾았나[정상훈의 지방방송]

<21>대구…보수 정치권의 ‘성지’

박근혜, 위기 때마다 서문시장行

尹 “기운 받겠다”…효과는 글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명절을 앞두고 정치인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마치 공식과 같은 일입니다. 물가를 점검함과 동시에 서민과 함께 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서문시장을 ‘보수의 성지’로 만든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규제혁신전략회의 참석차 대구를 찾으면서 서문시장을 들렸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이번 서문시장 방문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대외비인 대통령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에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윤 대통령이 일정을 변경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서문시장 방문을 진행했습니다.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보수진영 정치인에게는 ‘성지(聖地)’입니다. 그 중심에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서문시장으로 달려갔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렸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의 발걸음은 서문시장을 향했습니다.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직이 위태로웠던 2016년 겨울에도 박 전 대통령은 서문시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10여분 만에 자리를 떠 대화재로 시름을 겪던 상인들로부터 오히려 쓴 소리를 들었습니다. ‘선거의 여왕’의 초라한 말로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2월 큰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거리 둔 문재인…정공법 이재명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성지’로 만든 이후 서문시장은 선거를 앞둔 보수 정치인들에게 필수코스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 ‘먹방’을 가장 잘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서문시장에서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서문시장은 보수 주자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5년 뒤 홍 후보는 서문시장(市場)이 있는 대구의 시장(市長)이 됐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서문시장에서 본인이 TK(대구·경북) 적자임을 강조했습니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제3지대를 표방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또한 이곳서 세몰이를 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서문시장과 그리 가깝지 못했습니다. 2016넌 11월 서문시장 대화재 당시 방문한 이후로 서문시장을 찾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대구 출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신 성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보수의 성지’ 이미지 때문에 진보 정치인들은 방문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다만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서문시장을 찾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효과는 미미…대외비 유출 논란만


다시 윤 대통령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전통시장은 민심이 모이는 곳이고 민심이 흐르는 곳”이라며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 시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오늘 기운을 받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후보 당시 선보였던 ‘어퍼컷’은 없었습니다.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것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대구·경북지역 직무수행 평가는 방문 전(8월 4주차) 39%에서 방문 후(9월 1주차) 43%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 평가(45%)가 더 높았습니다.(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윤 대통령의 대구·경북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방문 전(8월 4주차) 44.2%에서 방문 후(8월 5주차) 40.9%로 떨어졌습니다. 부정 평가는 57.9%까지 치솟았습니다.(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이제는 더 이상 전통시장이 정치인들의 지지층을 결집시켜주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민들의 생활패턴도 달라졌을 뿐더러 미디어의 발달로 정치권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길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인들 영업에 방해만 한다는 볼멘소리도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입니다. 다른 어떤 곳보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효과는 오로지 본인의 역량에 달렸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됩니다.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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