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국가 교육 정책을 다루게 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직제안을 마련하고 위원 구성에 속도를 내는 등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법정 출범일을 넘긴 지 50여일 만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추천권을 두고 교원 노조 간 갈등이 불거지는가 하면, 예상보다 조직 규모가 적다는 교육계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위원장 후보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각 출범' 국교위, 구성 속도=10일 정치권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국교위 상임위원 2명에 대한 추천안을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다.
국교위는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대통령이 상임위원인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9명을 추천한다. 이 밖에 교원 관련 단체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1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1명, 시도지사협의회 1명 등으로 추천이 이뤄진다. 나머지 2명은 당연직으로 교육부 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가 맡는다.
국회는 상임위원 2명을 포함한 9명을 민주당(4명), 국민의힘(3명), 국회의장(1명), 비교섭단체(1명)가 나눠 추천한다. 민주당은 비상임위원으로 이민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 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 장석웅 전 전남도교육감을 추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추천 절차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비교섭단체 몫 비상임위원 1명은 정의당과 시대전환이 예비후보 3명을 놓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위원 자리 두고 노조 간 갈등까지=문제는 교원 관련 단체 몫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6일 추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국가교육위원회 교원단체 추천자 확정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교원 관련 단체가 둘 이상인 경우 단체 간 합의로 추천자를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지난 7월 교원 관련 단체 14곳은 가장 규모가 큰 교원 관련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교조 3곳이 단체들을 대표해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세 단체는 회원 산출 방식 등에 입장 차를 보이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경우 교육부가 회원 수를 제출 받아 규모 순대로 추천권을 부여하게 되는데, 교육부가 회원 수를 제출하라는 과정에서 전교조가 회원 산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당초 교원 단체의 몫인 두 자리는 양대 교원 단체로 불려온 교총과 전교조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교조를 비판하며 갈라져 나온 교사노조의 조합원 수가 지난해 고용노동부 제출 자료를 기준으로 전교조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전교조는 연명 형태인 교사노조가 조합원의 중복 가입을 허용, 조합원 수가 부풀려져 있다는 입장이다. 중복 가입자를 제거할 경우 고용노동부 제출 수치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교사노조 측은 현재 산출 방식이 국교위 법에서 어긋나지 않는 데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산출 방식은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개인 정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해 현실성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교원 관련 단체 위원 선정은 길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았음에도 전교조가 회원 수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아예 전교조를 제외하고 추천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위원장 논란 가능성…"직제 왜소" 비판도=대통령이 지명할 위원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 전 총장은 과거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반대 성명 등을 준비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지명 이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 구성 뿐 아니라 직제안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국교위 사무처 등 직제 마련을 위한 관련 법령 제·개정안 3건에 대해 7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직제 제정안에 따르면 국교위는 교육발전총괄과, 교육과정정책과, 참여지원과를 두고, 위원장을 비롯한 정무직 3명과 특정직(교육공무원) 11명, 일반직 17명 등 총 31명의 공무원을 둔다.
이에 대해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국교위 직제는 지나치게 왜소하다"며 최근 정부가 입법 예고한 직제 제정안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원단체와 노조인 교사노조와 교총도 “위원장이 장관급인데도 규모는 교육부의 부속기구 정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역할에 맞는 위상과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직제안 통과 후 상임위원만 임명한 상태로 이달 말쯤 출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장관급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위원장과 상임위원만 임명한 상태로 출범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