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숨은 빈곤 찾으려면 소득환산제 손봐야"

'국내 대표 빈곤 전문가' 서병수 빈곤상담센터장

650만명 달하는 '복지 사각지대'

생계 급여 수급자 148만명 불과

'가공 소득'으로 수급 자격 좁아져

소득·재산 별개 기준 정해 개선을

서병수 빈곤상담센터장이 빈곤층 관련 데이터를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100만 명 정도라는 일부의 주장이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축소된 것입니다. 재산의 소득환산제 같은 불합리한 제도가 만들어낸 가공의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5배 이상 많은 560만 명이나 됩니다. 빈곤을 은폐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빈곤 전문가인 서병수(77·사진) 빈곤상담센터장은 최근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잇단 비극과 관련해 “문제는 긴급 지원이 아닌 공공 부조의 부재에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서 센터장은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에서 근무했고 2011년부터 10년간 사단법인 한국빈곤문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빈곤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빈곤상담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최근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에 대해 시스템적인 문제는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제3자가 이들을 위기관리 대상자로 신청할 수 있고 긴급 복지 신청 기준도 완화하는 등 작동은 제대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긴급 위기관리 대상이라는 점을 통보하는 등 국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는 “위기에 빠진 취약 계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국가가 가진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개인 동의 없이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수원 세 모녀나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서 센터장의 대답은 ‘아니오’다. 우선 지원 대상이 턱없이 적다. 국내 빈곤자 수는 약 8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36만 명에 불과하다. 약 560만 명 이상이 탈락했다는 의미다. 그는 “빈곤층이 삶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공공 부조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음에도 그 어느 곳보다 복지 사각지대가 넓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병수 빈곤상담센터장 겸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문제는 또 있다. 보통 빈곤층이라고 하면 중위소득의 50%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소득 기준으로 하면 124만 원이다. 반면 당장 먹고살기 힘들다고 판단해 지급되는 생계 급여는 중위소득의 30% 이하를 대상으로 한다. 지급액도 55만 원 밖에 안 된다. 서 센터장은 “우리나라 생계급여 수급자는 148만 명에 불과하다”며 “650만 명가량이 가장 필요한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상 선정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재산의 소득환산제도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평가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제는 부동산이나 금융 재산 등의 일정 비율을 소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2억 원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월 1.04%, 204만 원의 월 소득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1억 원의 금융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월 6.24%, 월 624만 원의 소득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소득환산제는 있지도 않은 소득을 가공으로 만들어 과도하게 부풀리는 방법”이라며 “이는 빈곤을 은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소득과 재산을 합산할 것이 아니라 따로따로 기준을 정해 기초수급자를 정하는 것이다. 서 센터장은 “이런 방식으로는 수급 대상자를 발굴해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발굴된 사람들도 받을 수 있는 것이 없는 복지제도가 되는 셈”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산의 소득환산제도를 없애고 현실에 맞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 정책이야말로 섬세하고 치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두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계층별·특성별·세대별로 차별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와 노인, 비장애인과 장애인, 학교 안 아동과 학교 밖 아동을 구분하고 각각의 성격에 맞는 복지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 센터장의 지론이다. 그는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이를 위해 예산을 책정하자고 하면 모두들 ‘재정 타령’을 한다”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복지가 갈 수 있는 구조와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