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해외 자원개발에 ‘적폐’ 낙인을 찍고 손을 놓은 사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해외에서의 핵심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며 한국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첨단 산업 확대와 탄소 중립 달성에 필수인 광물 등 핵심 자원 확보를 위해 이제라도 해외 자원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중국은 전 세계 핵심 광물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다.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과 코발트의 경우 중국 제련 의존도가 60% 안팎일 정도로 높다. 특히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핵심 소재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나 된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광물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 초부터 천연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개발은행·수출입은행은 매년 최대 90억 달러씩을 이들 지역에 대한 자원개발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핵심 광물을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현재 아프리카 리튬 광산 6곳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지난달 아프리카 17개국의 채무 23건을 면제한 것도 해외 자원개발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중국의 전략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가 일본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민관 합동으로 총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당시 기시다 총리가 코로나에 확진되자 화상으로 아프리카 10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열 정도로 공을 들이며 아프리카에서 자원개발 주도권 쥔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4대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에 대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 작업에 착수했고 최근 미국 주도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출범시켜 광물 공급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화석연료 부족이 심각한 유럽은 대안으로 아프리카산 석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이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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