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수출이 위태로워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329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7%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370억 달러로 6.1% 급증했다. 관세청은 “추석 연휴로 줄어든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다. 우리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3.4% 증가에 그쳤다. 정부는 이날 회의를 열어 올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추가로 90조 원 늘리고 물류비 부담 완화에 12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역금융만 찔끔 늘리는 식의 대증요법으로는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기술 초격차와 인재 육성에 나서면서 수출 품목 고부가가치화, 교역국 다변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풍전등화의 위기에도 여야 정치권은 수출 회복을 뒷받침하기는커녕 딴 세상에 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뒷받침해야 하는 집권당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내부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은 당권을 놓고 매일 이전투구를 일삼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연쇄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탄’ 활동과 지지층을 노린 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려 있다. 특검법 발의 등으로 대통령 부인 공격에 주력해 ‘김건희 스토킹 야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는 자신들뿐 아니라 국민과 기업들에도 큰 손해를 입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량한 행인을 다치게 만드는 ‘음주 운전’ 행태나 다름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여야는 권력에만 몰두하는 싸움에서 벗어나 정치 기능 복원 경쟁을 벌여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법인세 인하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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