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담론이 잊혀지고 가라앉는 시대, 그 담론들을 대체할 담론이 퇴계의 선비정신 담론입니다”
34년 간 공직에 몸 담아 통계청장·조달청장·기획예산처 장관 등을 지낸 뒤 2008년 안동에서 퇴계 사상 전파에 힘써 온 김병일 도산서원장이 퇴계 정신을 담은 신간 ‘뜻이 길을 열다’를 출간했다.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장은 “정신적 빈곤과 갈등이 팽배한 현대 사회를 퇴계의 선비 정신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민주화 담론 속에서 물질적 풍요는 이뤄냈으나 우리 사회는 반목을 거듭하고 있고, 세계 최상위의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며 “공감과 배려, 인성과 효를 중시하는 퇴계의 사상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퇴계는 항시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봤고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아무리 작은 이의 말이라도 끝까지 경청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지위도 낮은 고봉과의 사단칠정 논쟁이 이를 증명한다. 김 원장은 “자신의 말만을 옳다고 여기는 현대 사회에 퇴계의 이런 자세는 귀감을 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선비정신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데믹을 거치며 자녀들의 인성 문제가 부각됐는데, 이를 어른의 솔선 실천과 오륜의 현대화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인간의 경쟁상대는 인간이 아닌 AI고,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 길 역시 선비정신 속에 있다. 김 원장은 “선비들의 공부방법을 통해 AI들이 넘볼 수 없는 창의력과 융합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퇴계 선비정신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수련원의 누적 수련생은 올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유리천장을 걷어내고 행사에 여성들도 참가하고 있고, 종교를 불문하고 수련생이 찾아오기도 한다. 노사가 참여한 수련에서는 노사 간 대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다.
퇴계의 약자를 보듬는 태도에 반해 15년 간 퇴계정신을 널리 펼치는 데 앞장서원 김 원장은 “도덕사회 구현을 소명으로 삼고 성별·계층을 초월해 상대를 존중했던 퇴계는 현 시대 리더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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