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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원령, 소수민족만 데려가나"…국경선 '필사의 엑소더스' [Weekly 월드]

러시아 경찰들이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발동한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예비군 징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징집은 지방 소수민족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징집을 피하기 위한 해외 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용 여부를 놓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는 모양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발동된 러시아의 동원령이 이처럼 막대한 파장을 낳고 있지만 정작 전황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야쿠츠크의 실내 체육관에 마련된 소집센터에 동부군구 부대로 파견될 징집대상자들이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주민 300명 중 47명 소집돼…소수민족에겐 부분적 동원령 아닌 ‘전면 동원령’"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시베리아 동부 부랴트공화국의 자카멘스키 마을 이장은 이날 자정 집집을 돌며 징집 통지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450명 남짓한 사람들이 사는 이 마을에서 징집 대상이 된 남성은 20명에 달했다. 반전단체 '자유 부랴트 재단'의 설립자 알렉산드라 가르마자포자는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선포 이후 24시간도 되지 않아 부랴트공화국 전역에서 3000건 이상의 통지서가 접수됐다"며 "부랴트공화국에 관한 한, 군 당국의 동원은 부분 동원이 아니라 100% 동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랴트공화국은 주민의 40%가 소수 민족인 부랴트족이다.

다른 소수민족 거주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사하 자치공화국 출신의 사르다나 아브크센티에바 의원은 “마을 주민이 300명인데 남성 47명이 소집됐다. 이런 숫자가 나온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인 유카기르족에서도 대부분의 남성이 징집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수민족에 특히 의존하고 있다는 기존의 의심을 강화한다"며 "이 지역들은 이미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와 사상자 수가 불균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인권단체 OVD-인포는 동원령 반대 시위를 하다가 체포된 이들 중 일부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징집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와 접한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국경의 베르흐니 라르스 검문소에 차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필사적 엑소더스…에스토니아 “전쟁은 국민들의 공동 책임”·독일은 “환영”

일각에선 동원 대상이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해외로 향하는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에서 육로로 갈 수 있는 국가들의 국경지대 교통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러시아인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조지아의 국경 검문소에 형성된 차량 대기 행렬은 5㎞에 달했다. 핀란드의 국경검문소 관계자는 22일에만 6000명이 넘는 러시아인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근 국가로 향하는 편도 항공권은 동원령 발표 직후 가격이 5000달러(약 708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을 구하려는 사람들은 필사적이었다"며 "이들은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 없이 항공권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핀란드 정부는 "앞으로 며칠 동안 러시아인의 입국을 크게 제한하겠다"며 특히 관광 목적의 입국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국민들의 공동 책임"(라우리 라네메츠 에스토니아 내무장관)이라며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인을 받지 않을 태세다. 반면 독일은 수용 의사를 드러냈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크렘린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EU가)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혀 EU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러시아 남성이 22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의 츠바르트노츠 국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군사 전문가들 “동원령, 전황 바꾸기보단 우크라이나 기세 지연시키는 효과 낼 것”

이처럼 동원령의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새로 투입된 병력이 전황을 획기적으로 바꿀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동원령은 우크라이나를 수세에 몰아넣을 수 있는 새로운 병력을 제공하기보다는 지친 전투병을 교체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군인들은 교대 인력이 부족해 사기 및 체력 저하 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씽크탱크 뉴 지오폴리틱스의 분석가 이고르 레브첸코는 “이번 동원령은 확실히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최근 수천 평방미터의 영토를 되찾은 우크라이나의 기세가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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