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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 칼럼]노란봉투법이라는 잘못된 처방

한림대 객원교수





‘노란봉투법’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안을 정기국회 7대 민생개혁과제의 하나로 올려놓았고 정의당은 자신들의 노동 정체성을 강화하는 대표상품으로 띄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민주노총만 지켜주는 법이라며 강력 반대다. 노사의 장외 대결도 치열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토요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한국경총 손경식 회장은 국회를 방문해 파업 대항수단을 강화해야 할 판에 노동조합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며 하소연했다. 정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지만 위헌 소지 등 법리적 난점을 지적한다. 25일 고위당정회의에서도 대통령 거부권까지는 아니지만 법안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이 있었듯 하다.

불법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문제가 다시 여론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난 7월의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 때문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과 극단적인 투쟁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의 열악한 처지와 원·하청 근로자 간의 양극화 실상에 크게 놀랐다. 그런데 최근 파업에 참가했던 하청노조 간부 5명이 1인당 94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것을 보고 동정 여론이 형성됐고 이를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정기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거대 야당이 의욕을 보이고 여론도 뜨겁기는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그리고 이슈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생산적인 결론에 이를지는 의문이다.

2015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처음 논의될 때도 쌍용차 파업 근로자들에 대한 47억 원의 배상 판결이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 여론이 배경이 됐다. 그 이후 정권도 바뀌고 국회 의석 분포도 달라졌지만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 들어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거대 야당이 중점 과제로 다루기로 했고 제출된 법안들도 이와 관련된 쟁점을 두루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는 게 낫다.



법안의 골자는 세 가지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해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단체교섭과 파업의 대상도 대폭 확대해 아예 불법 파업의 가능성을 낮추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덧붙여 불법 파업이라 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노조로 한정하고 청구 금액도 최고 한도를 설정하자는 게 세 번째 쟁점이다.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과 한도를 제한하자는 내용은 법리적 정치적 판단에 맡겨도 될 단순한 이슈라서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와 판단을 들어 국회에서 결정해도 무리가 없다. 다만 이를 꼭 법으로 정해야 하는지 의문도 있다. 경영계가 자율적인 규범으로 손배 가압류의 남용과 남발을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더 좋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1인당 94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다 인정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꼭 손배 가압류가 아니더라도 노조가 불법 파업을 벌이면 노조가 망할 수 있다는 인식과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작 중요한 쟁점은 노조법 2조와 3조를 바꿔 불법 파업의 여지를 줄이자는 내용이다. 이는 최근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과 간접고용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야기되는 새로운 유형의 분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전문가 토론과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이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과 따로 떼어 해법을 논의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는 노란봉투법의 프레임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이중구조 개혁이라는 관점에서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큰 이슈다. 비정규직과 하청노동, 특수고용과 플랫폼 노동 등 2차 노동시장의 문제는 다수의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체계나 경력관리체계도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문제다.

법과 제도, 규범과 관행이 제대로 갖춰지지 2차 노동시장에서 소모적인 갈등과 분쟁, 불법과 비효율이 확산되는 추세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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