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8일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규탄하며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중재를 요구했다. 김 의장이 본회의에 해임건의안을 상정하기만 하면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김 의장의 손에 해임건의안 통과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 의장을 만난 뒤 “해임건의안이 남용되면 국회가 희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가 외교부 장관을 불신임한다고 낙인을 찍으면 (장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해 다른 나라와 교섭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해임건의안도 안건이니 여야 교섭단체 합의가 있어야 상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도 나라를 생각해 신중히 생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전날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여당의 반발은 컸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순방 결과) 우리 국익이 크게 훼손됐다고 할 수 없고 상대국이 항의를 한 것도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내건 해임 사유는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박 장관은 지난 5년 무너진 한미·한일 관계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재량과 무관하게 2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표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MBC) 방송에 출연해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뒤 첫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표결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무조건 72시간 내에 표결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확인해보면 의장이 보고 후 상정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민주당 주장처럼 무조건 표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힘 말대로 합의 없이는 상정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일 본회의 전까지 시간이 있다”며 “김 의장은 그전까지 여야가 최대한 협의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실제로 직선제 개헌 이후 발의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80건 중 44건은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국회법에서 명시한 기간(보고 후 72시간)을 넘긴 탓이다.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해임건의안은 34건(가결 3건·부결31건)이었다. 2건은 발의자가 자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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