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영국의 리즈 트러스 내각이 ‘감세 후폭풍’에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감세안이 촉발한 금융시장 대혼란의 책임을 총리가 직접 져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에 대한 불신임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영국 감세안 쇼크에 시달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국의 정치 불안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가 드리우고 있다.
28일(현지 시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지난주 내놓은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감세안의 여파가 커지면서 보수당 내부에서도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보수당 소속 하원 의원 모임인 ‘1922위원회’에는 트러스 총리를 불신임한다는 내용의 서한이 최소 10통 이상 도착한 상태다. 불신임 서한이 총 하원 의원 수의 15%인 54통 모이면 총리 불신임투표 요건이 충족된다. 일간 미러도 “동료 의원들에게 불신임 서한 발송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다음 총선(2025년 1월)에서 필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당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러스 정부의 감세안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영국 정치권에서는 트러스 총리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트러스 총리가 임기 초반인 만큼 곧바로 실각하기보다 감세안을 발표한 콰텡 장관을 경질하는 선에서 사태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FT는 “트러스 총리는 콰텡 장관을 해고하지 않으면 자신이 총리직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콰텡 장관 경질은 내각이 야심 차게 내놓은 ‘성장 전략’이 실책이었음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트러스 총리가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처럼 다음 총선 전에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온다.
보수당의 정책 실패로 야당인 노동당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 유고브가 유권자 17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은 45%로 보수당(28%)을 크게 앞질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다음 총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번에 답할 정도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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