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주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이른바 '기지촌 여성들'에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이모씨 등 12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은 1957년경부터 미군 주둔지 주변의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던 여성들이다. 당시 정부는 서울 10곳, 인천 12곳, 부산 2곳 등에 미군 위안시설을 설치하고, 위안부를 집결시켜 이들에 대한 성병 등을 조직적으로 관리해왔다. 정부는 1980년대 기지촌 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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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등은 국가가 기지촌의 조성·관리·운영, 성매매 정당화·조장 등의 불법행위를 지원하거나 방조했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적 근거 없이 보건소와 경찰의 단속이나 성병에 걸린 미군이 지목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격리 수용해 치료하기도 했다.
1심은 국가의 강제격리 조치를 불법행위로 판단해 강제격리 경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57명에게 국가가 1인당 위자료 500만원씩 총 2억8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국가가 성매매 중간매개·방조 역할을 하거나 성매매를 정당화·조장했다고 판단해 강제격리 경험이 있는 74명에게는 1인당 700만원씩, 강제격리 경험이 없는 43명에게는 1인당 300만원씩 총 6억4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국가의 기지촌 조성?관리?운영 행위 및 성매매 정당화 및 조장 행위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권존중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피고의 위법행위로 인해 인격권 내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의 이같은 행위는 과거사정리법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해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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