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범 상당수가 초범이거나 치료 의사가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나 벌금 등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받는 점도 관련 범죄가 느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범죄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상황에서 법원의 양형 기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 사범 4747명 중 절반에 달하는 2089명(44%)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 사범 비중은 2019년 1723명(41%), 2020년 1642명(42.9%) 등 해마다 느는 추세다. 1심에서 단순 벌금형이 선고되는 비중도 2019년 3.3%(138명)에서 2020년 3.7%(140명), 지난해 4.3%(205명)로 증가했다. 마약 사범 2명 중 1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풀려나는 셈이다. 이렇게 풀려난 마약 사범들은 10명 중 3명꼴로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 마약 사범 재범률은 2020년 32.9%에서 지난해 35.4%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사범의 양형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 사법 체계에서는 마약 사범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거나 적극적인 치료 의사를 밝히면 감형 사유로 참작해주고 있다. 마약 사범들을 처벌보다는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관행 때문에 범죄의 심각성 여하를 떠나 초범인지, 치료 의사가 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내려간다는 뜻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조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마약 사범 양형 기준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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