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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인간의 선의는 남아 있다는 믿음…영화제 신호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가 3년 만에 이전의 모습을 찾았다. 개·폐막식을 비롯한 이벤트, 파티 등은 성대해지고, 관객과 영화인이 함께 호흡하는 대면 행사가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축제에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설렘이 가득하다. BIFF가 다시, 영화의 바다가 됐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삭막한 사회에서도 인간의 선의는 남아 있다고 말하는 영화 '바람의 향기'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인간성의 회복은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영화제의 심정을 대변한다. 작품은 천천히 광활한 자연과 감정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느림의 미학 속으로 초대한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 시사회 및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감독 겸 배우 하디 모하게흐, 레자 모하게흐 프로듀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첫 공식 행사다.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 상태 아들을 간호하며 살고 있는 집에 전기가 끊기면서 전력 담당자가 방문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모하게흐 감독은 2015년 이후 약 7년 만에 다시 부산에 방문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곳에 오게 돼 행복하다. 특히 기자들을 모시고 이런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이런 기회들이 있다면 숨어 있는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서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기억과 추억은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라며 "한국에 왔을 때 집에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 사람들의 예의 바른 환대를 통해 따뜻한 느낌과 아름다운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 감독 겸 배우 하디 모하게흐가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바람의 향기'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의아한 일이었다. 모하게흐 감독은 "내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왜? 내 영화가 개막작이 됐지?'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하며 "왜 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나"고 물었다. 이를 들은 허 집행위원장은 "단순하다. 영화가 정말 좋다"고 답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영화를 창조했다기 보다 그 옆에 존재했다고.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신을 찬양할 수 있게 된 거다. 난 정말 행복하다"며 "이 자체가 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영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 영화에 대한 계획도 있었고, 촬영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그냥 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좋은 사람이면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해서 언제든 열려 있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영화의 제목은 영화의 정체성이다. 이란어로 '아무것도 없는 땅'이란 걸 의미하는데, 아주 마른 땅"이라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속해 나가는 거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굉장히 지쳐서 숨을 쉬지 않게 돼도 계속 살아나가야 되는데, 그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전력 담당자 역으로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기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 영화에서 연기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을 연기하는 것"이라며 "대사도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들이 많았지만 관객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야 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명확했기에 나만이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자신했다.

감독 겸 배우 하디 모하게흐가 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작품에는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에 대해 모하게흐 감독은 "자연은 신이 만든 아름다운 중 가장 잘 보이는 것 중 하나다. 또 다른 아름다움은 이걸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며 "경치를 보면 역사적 아픔이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인간의 노통도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내재된 기쁨이 있는데, 모든 걸 느끼지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남서부에 위차하고 있는 도시에서 촬영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많이 떠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내가 그 장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장소를 이해하고 있고, 그 장소 역시 이해한다. 그것이 이 이야기에 대한 다른 해석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모하게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란 영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영화 제작자, 감독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항상 예술 영화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균형을 준다"며 "마치 바람을 불어주는 것 같다. 이란 영화 산업 종사자는 모두 부산국제영화제를 존중하고 항상 참여하길 원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한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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