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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의사결정, 세종에게 배워라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기업의 리더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그 결과가 미래에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서다. 의사결정 과정은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할 수 있다.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를 기둥으로, 꼬리를 만진 사람은 뱀으로, 그리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벽으로 설명한다. 의사결정 상황이 꼭 이렇다. 미래라는 코끼리를 아무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미래를 실제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까. 600년 전 세종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가 찾은 해법은 회의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장님처럼 미래에 대한 조각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종은 이것을 이어붙여 미래를 그려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몇 가지 요령이 있었다.

첫 번째는 회의 시작 시 절대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참석자들이 입을 닫아 버린다는 것을 알아서다. 그의 회의에서의 첫 마디는 항상 “...에 대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이다. 절대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겠는가?”가 아니다. 앞의 것을 열린 질문이라고 하고 뒤의 것을 닫힌 질문이라고 한다. 세종은 회의의 시작을 열린 질문으로 하였다. 신하들이 입을 열어 조각정보를 토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견광지(絹狂止)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견은 “반대한다” 그리고 광은 “찬성한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세종은 회의에서 반드시 찬반이 부딪히게 했다. 이것을 통해 정보증폭 현상이 일어남을 알아서다. 반대를 하려면 합당한 논리와 증거를 대야 한다. 찬성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증거와 반대주장의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숨어있던 정보들이 드러나고 증폭된다.

하지만 찬반이 부딪치면 평행선을 달린다. 이때 세종이 쓰는 방법이 그쳐(止)다. 회의를 잠시 휴회하거나 미루는 것이다. 심리학의 용어를 빌리자면 인큐베이션 또는 통합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생각을 잠시 멈추다 보면 반대편의 의견에 자극받아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인큐베이션). 또 생각을 멈추다 보면 다른 편의 의견이 스며들기도 한다(통합). 세종은 이런 방법을 통해 신하들의 조각정보를 증폭하고 이어붙이는 작업을 했다.

세 번째는 의사결정의 공을 신하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가 회의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경의 뜻대로 하라”다. 누군가 새롭거나 통합된 아이디어를 냈을 때 이 말을 한다. 이것의 효과는 엄청나다. 보통의 리더들은 회의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세종은 신하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세종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신하들은 왕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고 충성심으로 나타났다. 요새같이 의사결정이 어려운 시기에 세종의 방법을 한번 써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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