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자산운용이 2년 만에 첫번째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성공적으로 소진했다. 약 10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오피스에만 투자하는 펀드로 그간 경쟁이 치열하던 대형 오피스 위주 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든자산운용은 지난달 청담빌딩 매입을 완료했다. 매입가는 약 1050억 원으로 연신내 범일빌딩과 성수동 복합시설 개발, 서소문 정안빌딩, 잠실 예전빌딩 등에 이은 다섯 번째 투자처다.
청담빌딩은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12층 규모 중형 오피스다. SBI저축은행과 유안타증권, 하나캐피탈 등이 주요 임차인으로 있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역(GBD)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지만 최근 강남 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입지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인근에 위치한 더피나클 강남타워는 지난해 평당 약 4000만 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든자산운용의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조성하는 펀드)는 지난 2020년 행정공제회와 경찰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이 2000억 원 규모로 지분을 출자해 설립됐다. 대출 등 외부 자금 조달을 포함한 펀드 규모는 5000억 원이다.
특히 신세계프라퍼티가 전략적투자자(SI)로 약 6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건물 저층부 소매시설에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벅스나 노브랜드 등을 입점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든이 운용하는 펀드의 타깃은 1000억 원 안팎의 중소형 오피스다. '꼬마 빌딩'으로 불리는 500억~700억 원 규모의 오피스의 경우 개인들의 매수 수요가 많고, 자산운용사나 공제회 등 기관 투자가 상당수는 2000억 원 이상의 대형 오피스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비교적 경쟁이 덜한 틈새 시장인 셈이다. 매입할 자산을 잡아놓고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펀드 대신 미리 자금을 모집해 바로 투자처만 정해지면 돈을 투입할 수 있는 블라인드로 펀드를 조성해 거래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첫 블라인드펀드를 성공적으로 소진한 이든자산운용은 내년 상반기 약 30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2호를 결성할 계획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코로나19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겪으면서 그간 몸값이 크게 오른 대형 오피스 대신 중소형 자산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추세다. 군인공제회 산하 엠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 7월 삼성동 A타워를 약 460억 원에 매입했다. 마스턴투자운용 역시 올해 초 분당에 위치한 지상 10층 규모 N타워가든을 약 800억 원에 사들였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운용사인 NH리츠운용 역시 에이원인계와 에이원당산, 분당스퀘어 등 중형 오피스 빌딩을 담은 NH올원리츠를 작년 11월에 상장했다. 부동산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오피스 빌딩은 상대적으로 매입 경쟁이 덜하고 추후 자산 가치를 개선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노무라 PMO, 미쓰비시 CIRCLES 등 일본 부동산 업체들이 최근 몇 년 간 해온 전략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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