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킹달러·경기침체 등 악화된 경제 여건 속에서 K바이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면서 신규 파이프라인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반면 벤처 바이오텍은 심각한 자금 조달 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분기 바이오·의료 신규 벤처투자 현황은 지난해 3분기 대비 52.9% 감소한 1869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벤처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누적 3분기 기준으로 투자 현황을 봐도 지난해 대비 27.4% 감소한 8787억 원으로 집계됐다.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 처럼 바이오텍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최근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A기업은 폐업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투자 유치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문을 닫을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시리즈B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바이오벤처들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얘기는 숱하게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형 제약사들은 R&D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미국 항암 개발사 아베오를 인수한 LG화학(051910)은 내년 R&D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올해 약 2800억 원 가량 R&D에 투자할 예정이나 내년도 예산을 600억 원 증액한 34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LG화학의 연간 매출이 8000억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전체 매출액의 약 40% 가량을 연구개발에 쏟게 되는 셈이다.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R&D 강자인 한미약품(128940) 역시 내년에도 투자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 한미약품은 통상 전년 매출의 15% 가량을 R&D에 투자해왔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00억 원 가량 증가한 1조 3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R&D 투자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 "경제 상황은 불확실하지만 R&D 강화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지에도 큰 차이가 난다. 수익이 없는 벤처바이오텍의 경우 자금 조달이 막히게 되면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시점을 앞 당길 수 밖에 없다. 당초 예정보다 급히 기술수출을 추진하게 되면 원하는 값에 못 미치는 수익을 얻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에겐 유리한 시기”라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값을 계속해서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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