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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우수상 ‘ST송은빌딩’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원시로의 회귀

커튼월 치장된 직육면체 빌딩 사이

각을 세운 거대한 ‘원시 석상’ 눈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 겉면이 유리로 마감된 직육면체 빌딩숲 사이에 위치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이질적 건축물인 ‘ST송은빌딩’은 색다른 조화를 자아낸다. 사진 제공=심기섭 작가




건축은 하나의 서사로서 이해된다. 하나의 건축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여의도 63빌딩을 보러 가는 이가 있다고 하자. 자가용을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그는 63빌딩을 마주하기 전 여의도의 우뚝 솟은 마천루 군락과 분주한 직장인 무리, 한강변 그리고 그 너머 열기를 내뿜는 국제 도시 서울의 일면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63빌딩을 보는 것은 주변을 구성하는 환경과 역사, 문화를 경험하고 난 이후이다. 이 맥락 속에서 우리는 63빌딩을 받아들인다.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가 아닌 미국 뉴욕 맨해튼에 놓인 63빌딩은 외형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건축물이 된다.

‘ST송은빌딩’을 구성하는 맥락은 강남 도산대로다. 도산대로는 서울 강남구 논현·신사·청담동을 가로지르는 왕복 10차선 도로다. 규모에 있어 테헤란로·강남대로와 비슷하지만 주변을 둘러싸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예컨대 강남대로가 수도권 남부 젊은층이 모여드는 한국 최대 상권으로서의 특징을 갖는다면, 도산대로는 자산가가 모여 시간을 보내는 상류층 밀집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이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대로변을 채운 고가의 외제차와 파인 다이닝 식당, 피부 관리숍 등이다. 도산대로는 매끈한 커튼월로 겉면을 치장한 고층 빌딩으로 차 있다. 그만큼 번쩍이며, 휘황찬란하다.



ST송은빌딩은 이 공간 속에서 이질적인 존재다. 외벽은 매끈거리는 유리 대신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됐고 외형 또한 직육면체가 아니라 삼각형이 돋보이는 기하학적 결합체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얼핏 보면 거대한 석상이 도심부 한복판에 놓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건축물은 한없이 높아지고 번쩍여가는 도산대로라는 공간 속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다. 이 건물은 현대적인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흐름에 원시적 파장을 준다. ‘숨은 소나무’라는 뜻을 가진 ‘송은(松隱)’이라는 건물명이 내포하듯, 지극히 현대적이고 물질적인 공간 속에서 기하학적 원형으로의 회귀를 통해 숨은 존재감을 발산해내는 클라이막스에 가까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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