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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 논단]산학연 협력이 핵심이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게임 '죄수의 딜레마'서 보듯이

장기적 협력 이끈 팀이 우승 품어

산학연도 경쟁 아닌 '상생' 필수

정부 각별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두 사람이 협력했을 때는 각각 3점을 받고 한 쪽만 협력을 선택하고 한 쪽은 배반할 경우 협력한 자는 0점, 배반한 자는 5점을 얻는다. 둘 다 배반을 선택하면 각각 1점을 받게 되는 게임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미시간대 정치학과의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저명한 심리학자·경제학자·수학자·정치학자들을 초대해 대회를 개최했다. 14개의 프로그램이 리그전 방식으로 200회의 게임을 반복한 결과 우승한 프로그램은 가장 단순한 전략을 구사했던 ‘팃포탯(Tit for tat)’이었다. 팃포탯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즉 맞대응 전략으로 상대가 선택한 것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아주 단순한 전략이지만 64개 프로그램이 참가한 2차 대회에서도 우승은 ‘팃포탯’에 돌아갔다.

프로그램을 설계한 액설로드 교수는 ‘팃포탯’이 우승한 원리로 ‘호혜주의’를 꼽았다. 호혜주의는 상대방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 성공을 거두는 방식이다. 단순히 맞대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협력을 한 후 맞대응하는 전술을 통해 장기적으로 상대방에게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팃포탯’의 우승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배점이 높은 배반을 계속해 선택한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점수를 얻지만 게임이 누적됨에 따라 순위가 낮아졌다. 결국 배반은 단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확실한 협력을 통해 상대방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이 게임의 시사점이다.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생태계에서 ‘산학연 협력’은 어떠한가. 세계지적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2022년 세계혁신지수(GII)에서 한국의 산학연 협력은 129개국 중 18위에 머물렀다. 우리는 협력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면서도 실천은 매우 인색한 편이다. 너무 오랫동안 치열한 경쟁 체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최근 과학기술이 국가 패권이 된 상황에서 국가혁신체계(NIS)의 주체인 산학연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그 예로 2019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우리는 정부, 대기업·중소기업, 정부출연 연구원과 대학이 함께 협력해 신속하게 극복해냈다. 이는 대한민국이 고도화된 과학기술 패권 전쟁에서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산학연 협력이라는 것을 방증한 것이다.

세계혁신지수에서 수년간 산학연 협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1970년대에 베이·돌법(Bayh-Dole Act), 스티븐스·와이들러 기술혁신법(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 시행을 통해 산학연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 결과로 과학기술 강국의 위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학연 협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보듯이 산학연이 호혜적으로 확실하게 협력하는 문화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학연 협력을 근본적이고 혁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정책 추진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정부출연(연)·기업은 차세대 혁신 기술과 제품 개발에 협력하고 시장과 소통하면서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대학과 정부출연(연)에서는 기술사업화(TLO) 조직을 혁신하고 전문화해 신기술·기업·시장의 정합성을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액설로드는 “우리는 축구나 체스처럼 한쪽만 이기는 경쟁에 익숙해져 있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으며, 상호협력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될 때가 훨씬 많다”고 강조한다. 과학기술도 뭉치면 흥하고, 흩어지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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