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사우디가 입수해 미국과 공유했다.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며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사우디,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며 미국과 다른 중동 국가들이 군의 위기대응태세를 격상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국내 시위의 주의를 분산시키기를 원하는 이란이 사우디와 이라크 에르빌 지역을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했고 이에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 같은 첩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이 공격을 한다면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NSC 관계자는 "사우디 군, 정보채널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미국과 파트너들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미 지난 9월 말부터 이라크 북부를 수십발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왔다. 이 중 미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에르빌로 향하던 한 발은 미군에 의해 격추됐다. 이란은 에르빌에 근거지를 둔 특정 집단들을 ‘이란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라고 칭하면서 이 집단들이 이란 내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란 측은 또 '히잡 시위'가 발발한 후 사우디와 미국, 이스라엘이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란 시위를 '이란 인터내셔널' 등 위성 뉴스 채널로 보도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지난달 사우디에 경고했다. 당시 살라미 사령관은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경고"라고 최후통첩성 입장을 밝혔다. 이란인들을 겨냥해 뉴스를 제작하는 이란 인터내셔널은 2017년에 런던에서 설립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연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2019년 사우디의 석유생산 시설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계기로 최근 악화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개선될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미국의 만류에도 하루 200만배럴의 역대급 감산을 결정했고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가 과연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백악관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란의 사우디 공격 가능성에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부가되며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4달러(2.13%) 오른 배럴당 88.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1.98%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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