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태원 일대 상인들이 임시 휴업에 나선 가운데, 이태원의 한 빵집은 밤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참사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소방 공무원 등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잠시나마 쉴 공간을 내주기 위해서다.
참사 현장에서 불과 240m 떨어진 빵집 뚜레쥬르 이태원점은 소방관과 구급대원, 경찰들을 상대로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게 문 앞에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11월 5일 애도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점주 오은희씨는 2일 공개된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애도하는 마음에서 문을 닫는 건 맞는데 소방관분들이나 경찰관분들이 어디 들어가서 잠깐 쉴 공간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 여기 와서 인터넷도 쓰시고 잠깐 커피라도 한잔 드시고 가시라고 (매장을 열어놨다)”고 말했다.
A씨는 “그때(참사 당시) 매장이 운영 중이었고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며 “그날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고 애쓰신 걸 제가 직접 봤기 때문에 모르는 체할 수가 없었다.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영업 손실이나 가게 피해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영업하는 것 자체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제 자리에서 조용하게 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관분들과 경찰분들이 오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제가 크게 해드린 게 없는데 인사하러 오셔서 오히려 창피했다”며 “공무를 하시는 분들께서 조금이라도 저희 매장에서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찬사를 보냈다. “사장님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트라우마가 상당할 텐데 아픔을 선한 영향력으로 발산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슬픔에 가려져 일선 소방, 경찰관 분들을 보살펴드려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소방관, 경찰관분들이 트라우마를 잘 극복하시길 바란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참사 이후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회원 상인들에게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5일까지 임시휴업을 권고했고, 약 100여 개의 상점들이 30일부터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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