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거대 의석으로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등 권력기관 예산을 깎아 민생 예산을 늘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맞서며 재정 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여야 대치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7일 정부가 편성·제출한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한다. 8일까지 이틀간의 종합 정책 질의를 거친 뒤에는 10~11일 경제 부처 심사, 14~15일 비경제 부처 심사를 각각 진행한다. 이어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해 내년도 예산안의 감·증액 심사를 본격화한 뒤 30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을 시도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의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여야는 4일 예결특위 첫 일정으로 개최된 예산안 공청회에서부터 대치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는 늘 정부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많은 재정적자 현상이 나타났다”며 “윤석열 정부는 13년 만에 건전재정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이 긴축재정으로 보이지만 서민들에게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재정을 아끼려고 긴축재정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에게 다 퍼주고 서민들에게 매우 인색한 군림하는 정부, 약자를 핍박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 예산을 대폭 감액해 10대 민생 예산을 5조 원가량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119 구조 장비 확충 등 안전 예산 212억 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해온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0억 원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민생 예산 삭감 주장에 ‘가짜 뉴스’ ‘예산의 정쟁화’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 1조 원 등을 국민 선동이라고 규정하고 소속 의원들의 대응을 당부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난·안전 예산이 올해보다 4000억 원 증가했다며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민주당 주장에도 적극 반박했다.
다수 야당의 협조 없이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예산 심사와 민생, 안보 위기 해결에 힘을 모을 때”라며 야당의 예산안 처리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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