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6일 발표한 민생금융안정대책은 금리 인상기에 고통받는 취약차주에 대한 선제적인 대책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특히 긴급 생계비 대출과 개인채무자보호법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연체율 상승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계의 금융권 대출 보유자는 총 1998만 5149명으로 대출액은 1757조 원이 넘는다. 이 중 취약차주(3곳 이상 대출 보유, 신용 평점 724점 이하, 소득 3000만 원 이하) 56만 5549명이 빌린 돈은 24조 6701억 원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금리 급등으로 대부업 등으로 내몰리는 취약차주들이다.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을 이용한 사람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10만 3000명에 달하고 1인당 대부 업체에 653만 원의 빚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날 당정협의에서 정부에 선제적 민생 금융 공급을 강하게 요구하며 속도감을 강조했다. 긴급 생계비 대출의 경우 아예 한 달 이내에 상세안을 마련해달라고 기한을 명시하기도 했다. 취약차주들이 고금리에 몰리며 불법금융 등으로 빠져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12조 2000억 원의 이자 부담이 더 생긴다”며 “서민 취약 계층이 특히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현재 10조 원에서 12조 원까지 확대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화답이 있었다”고 말했다.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의 구체적인 한도는 정부와 이미 금액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당에서는 기존 대출과 햇살론을 비교해서 요즘 물가도 높기 때문에 너무 소액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며 200만 원 정도를 적당한 금액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대출 금리 안정을 위해 안심전환대출의 주택 가격 요건도 내년 초에 9억 원까지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안심전환대출은 이달 7일부터 주택 가격 요건을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늘려 신청을 받는다. 이를 내년부터 9억 원으로 더 확대하는 방안을 국민의힘이 요청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했다. 청년 맞춤형 전세특례보증 한도도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아울러 신규 구매, 대환 구분 없이 주택 가격과 소득 요건을 완화한 보금자리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보금자리론은 연 4.15~4.55%로 공급되는 정책모기지론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회사와 채무자 간 자율적인 채무 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개인채무자보호법(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채무 조정 활성화, 연체 시 부담 완화, 수신 관행 개선 등의 내용이 법안에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를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도 속도감 있게 추진된다. 김 위원장은 “은행·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에서 신용대출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환대출 이동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금융권, 핀테크 업계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 시스템 운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인하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 9월 30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도 성 정책위의장이 직접 나서 “고환율·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야 할 손보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의 대폭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한 만큼 손보사들의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손보사로서는 난감하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의 개선으로 국내 5개 주요 손보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사상 처음 2조 원을 돌파했지만 7~9월 실적이 반영되는 3분기에는 폭우와 태풍에 이어 자동차 손해율 상승으로 실적이 다소 나빠졌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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