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북중 접경에서 중국 어선이 몰려있는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중국과의 사전 협의를 통한 미사일 발사로 북중 밀착을 과시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중국에 대한 우회적 항의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6일 군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전 11시 32분부터 약 20분 동안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북한 서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동림은 중국 단둥에서 약 2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포착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중국 접경지에서 중국 선박이 많은 서해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양국의 밀착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사실을 사전에 중국 측에 알리거나 상호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 어선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인데 사전 교감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를 공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쟁에 나선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와 맞물려 북한의 행동 여지를 늘리면서 미국에 골칫거리를 더하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지난 2일 발생한 북한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한 도발에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은 북한의 강력한 대응을 자극할 뿐”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반대로 북한이 중국과의 협의 없이 ‘도발 폭주’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북한의 도발 추세를 보면 중국을 배려하는 모습이 잘 안 보인다”며 “북한의 며칠 사이 도발은 전력질주로, 가지고 있는 것을 총동원한 형태의 복합도발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소통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 성격이 명확하지만 중국에 대한 항의를 은연중 끼워 넣었을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에서 있었던 ‘북한의 6차례 핵실험을 규탄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내용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대립 속에 북한을 감싸고 돌기는 하지만 북한의 망동이 달갑지 않을 수 있음을 투표로 표출한 것이라면 북한 역시 불만을 드러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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