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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거대란 오나…"金판지는 옛말, 더는 못 받아요"

전 세계적 복합위기로 골판지 생산 줄어

골판지 원료 폐지 쌓이면서 가격도 급락

쌓여만 가는데…수거 거부로 ‘폐지대란’ 우려





“올 들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폐지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데 더 이상 모아둘 곳이 없어 걱정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폐지(종이자원)를 모아 압축상에 공급하는 고물상 A사 대표 김모씨는 몇 달 사이 쌓여가는 폐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는 “폐지를 가져오는 노인들에게는 생계 문제라서 안 받을 수가 없고 압축상은 수요가 줄었다면 폐지를 받으려고 하지 않아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폐지는 고물상이 수거해온 폐지를 사서 압축상에 넘기고, 압축상이 폐지를 종이 원료로 가공할 수 있게 압축해 제지사로 넘기면, 제지사가 골판지를 생산하는 3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폐지 수요가 줄고 가격이 급락하면서 1단계인 고물상부터 쌓여 가고 있다. 폐지대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지업계에 따르며 9월 기준 폐지(OCC폐골판지) 가격은 ㎏당 107.80원이다. 올해 초만 해도 ㎏당 140~150원씩 하던 폐지 가격이 연초 대비 가격 27.7%나 급감했다. 지난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폐지를 원료로 하는 골판지 수요가 늘어 한때 ‘금(金)판지’로 불릴 만큼 가격 급등했지만 이제는 찬밥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덩달아 골판지 원지 생산량도 지속적인 감소세다. 골판지 원지 국내 생산량은 지난해 12월 51만1412t(톤)에서 올해 1월 50만t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해 7월에는 46만8083t까지 떨어졌다. 3만1900여 톤이 줄었다. 용지 종류(신문용지·포장용지·위생용지 등)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

골판지는 포장용 박스를 만드는데 활용되기 때문에 골판지 수급은 경제지표와 흐름을 같이 하는 지표로 읽힌다. 경기가 좋으면 소비가 활발해져 박스 수요와 폐지 배출량이 많아지는 탓에 골판지와 폐지 수급이 원활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침체될수록 수급이 막히는 구조다. 폐지 가격이 급락하고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은 확연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 속에 폐지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폐지가 남아돌아 쌓여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종이 수요가 줄고 생산량도 감소하면서 일정 부분 종이의 원료로 쓰이는 폐지 수요가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제지사에 쌓인 폐지 재고는 약 14만8000t이다. 7만~8만t가량이던 평소 재고의 2배로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제지사가 재고 소화를 못 하면서 압축상에도 5만8000t가량의 재고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서둘러 재고 비축에 나섰다. 환경부는 최근 국내 제지기업 5곳으로부터 폐지 1만9000t을 매입해 전국 6개 창고에서 9개월간 비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지업계는 단기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경기회복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감한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지업체가 하루에 폐지를 2만4000t씩 쓰는데 1만9000t 비축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정부미를 비축하는 것처럼 제지사에 선매입을 요청하기보다 정부가 직접 매입에 나서고 비축량도 더 늘려서 어려울 때 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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