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공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가 시즌2로 돌아왔다. 전편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노동 운동을 시대 배경으로 삼아 현대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에 추리, 모험, 액션, 그리고 하이틴 로맨스가 결합된 장르적 즐거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에놀라 홈즈2'는 날카로운 추리력과 당찬 의지로 가득한 셜록 홈즈(헨리 카빌)의 막내 여동생 에놀라 홈즈(밀리 바비 브라운)가 탐정 사무소를 열고 맡게 된 첫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가득한 모험을 그린다. 듀크스베리 사건을 해결하고 본격적인 탐정 사무소를 차린 에놀라는 새로운 의뢰를 기다린다. 오빠의 후광이 너무 셌던 탓인가. 에놀라의 사무소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를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오빠의 근황을 묻기만 한다. 그렇게 자신감을 잃어가던 중 에놀라는 사라진 언니 세라 채프먼(한나 도드)을 찾아달라는 한 소녀의 의뢰를 받는다. 이후 세라가 일하던 성냥 공장에 방문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사건을 추적하던 에놀라는 성냥 공장에서 2년 전부터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이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까. 에놀라는 2년 전, 해당 공장이 성냥의 원료를 괴사를 유발하는 백린으로 바꿨다는 걸 알게 되고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해당 사건은 1880년대 영국 성냥 공장 여성 노동자 파업이라는 실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영국 자본가들은 값싼 임금의 어린 소녀들을 고용했고, 열악한 환경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아 부를 축적했다. '에놀라 홈즈2'는 당시의 아픈 시대상을 담으며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를 상기시킨다. 전편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여성 노동 운동으로 확장된 것이다.
에놀라의 성장이 작품 전체에 짙게 깔려 있다. 오빠 셜록의 후광에 가려졌던 그가 탐정 사무소를 차리며 바깥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거다. 여성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시절, 결혼하지 않고 자립해 경제적 독립을 꾀하는 에놀라의 행보는 놀랍다. 초보 탐정으로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져 흥미를 더한다. 굵직한 사건을 주로 맡는 셜록과 달리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는, 자신만의 추리 세계를 구축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놀라 내면의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머니(헬레나 본햄 카터)의 교육관에 의해 독립적으로 자란 에놀라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된다는 성향이 큰 인물이다. 초반에는 사건을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다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히기도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가 "내가 너를 너무 독립적으로 키웠나 보다.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지만, 힘을 합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조언할 정도다. 결국 어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인 에놀라는 셜록, 듀크스베리(루이스 패트리지) 등의 도움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에놀라가 주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 듀크스베리와의 로맨스도 급물살을 탄다. 듀크스베리를 주위를 맴돌면서도 그를 향한 사랑을 애써 부정한 에놀라. 그는 자신에게 꾸준히 마음을 표현하고 든든히 곁을 지키려는 듀크스베리의 모습에 마음의 문을 연다. 풋풋하게 티격태격하는 이들의 로맨스는 관객들의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셜록 홈즈' 시리즈와의 연관성은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들 보유하고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상징 같은 장소인 셜록의 자취방 베이커가 221B가 등장하고, 셜록의 숙적 모리아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극 말미에는 셜록의 파트너 닥터 왓슨이 등장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후속편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게 한다.
◆ 시식평: 셜록과 다른 에놀라 만의 매력,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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