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발(發)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는 중국에서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생산·소비 활동 모두 경기 침체가 우려될 만큼 쪼그라들면서 중국 경제를 향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3% 하락해 2020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3.56%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왔다. 국가통계국은 "역기저 효과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절 연휴 이후 소비심리가 꺾인 데다 한동안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영향일 뿐 장기적인 악재는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캐피털이코노믹스 분석가들을 인용해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인 물가 하락세를 전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에 그쳐 시장 전망치(2.4%)와 직전 9월 상승률(2.8%)을 모두 밑돌았다. 방역의 여파로 소비 수요가 억제되며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0.6% 상승해 4개월 연속 1% 선을 밑돌았다.
데이비드 쿠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0월 물가지표는 강력한 디플레이션 신호”라며 국내외 수요가 모두 감소하며 직격타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방역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내 수요가 쪼그라든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해외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조짐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양호했던 수출도 지난달 2984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0.3% 감소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로이터는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홀로 하락한 생산자물가가 제조업 경쟁력과 수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문제는 글로벌 침체 우려로 대외 수요도 낮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앞으로 국내외 기업과 소비자 간 힘겨루기가 추후 몇 달간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며 해외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중국 정부의 도전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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