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과 관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각종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몇 달간 인상속도를 늦춘 뒤 내년 어느 시점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10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연은 자체 행사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단일 원인은 없고 본질적으로 '퍼펙트 스톰'"이라며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과 유럽의 전쟁, 그리고 또, 그렇다, 재정과 통화 정책 결정이 결합돼 공급을 제한하고 수요를 증가시켰다"고 인정했다.
그는 "정부의 특정 정책이 우리의 공급 측면 문제에 기여했다"며 "나는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지만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방 정부는 중국산 텔레비전에 이어 캐나다 목재에 이르기 까지 모든것에 관세를 부과한다"며 "현재와 같은 이민정책으로 인해 합법이민은 2년 이상 중단됐고 이는 확실히 노동력 부족에 기여했다. 기존 추세가 유지됐을 경우보다 약 250만명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부양 정책이 수요를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초기에 미국 가정에 약 6조달러를 투입했다"며 "실제로 연방정부가 제공한 재정지원 규모는 애초 대유행으로 촉발된 GDP의 총 감소량 보다 훨씬 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커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실책보다 앞으로의 계획에 초점을 맞춰 연설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대부분 우리는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양적완화를 진행했다"며 "이는 의도한 대로 수요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공급 제약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며 다만 수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커 총재는 "그동안 달성한 누적 긴축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인상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내년 어느 시점에는 잠시 동안 제한적인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제든지 더 조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데이터에 의존하고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경제 전망도 내놨다. 그는 우선 미국 국내총생산은 올해는 성장이 없고 내년 1.5%, 2024년 2%로 봤다. 이는 연준이 9월 내놨던 공식 경제전만 중위값 보다 높다. 연준은 당시 올해 0.2% GDP 성장에 이어 내년 1.2%, 내후년 1.7%로 봤다. 경제가 생각보다 굳건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근원개인소비지출(PCE)은 올해부터 3년간 4.8%, 3.5%, 2.5%로 예상했다. 9월 연준 전망치는 각각 4.5%, 3.1%, 2.3% 였다.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내년 4.5%를 정점으로 제시해 9월 연준 전망 중위값 4.4% 보다 높았다. 이후 2024년 4%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고용 시장에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며 "안정적인 가격과 최대 고용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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