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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폐기한 尹…美와 보조 맞추며 아세안과 동반성장 모색

['한국형 印太전략' 공개]

文정부 추구 외교적 모호성 버리고

美日 등 주요국과 연대·협력 강화

경제안보에만 국한, 국방은 미언급

최대 교역국 中은 견제아닌 포용

민감한 대만문제는 제한적 다룰듯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밝힌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인도와도 동반 성장하기 위한 일종의 경제·안보·상생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핵 비확산, 대테러, 해양·사이버·보건 안보 분야 협력 강화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 △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 조성 등을 제시하며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신뢰·호혜의 3대 협력 원칙 하에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인태전략을 발표하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됐던 ‘신남방정책’은 사실상 공식 폐기됐다. 한국의 대(對)아세안 전략 역시 한국형 인태 전략에 맞게 수정된다.

아세안 지역은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2017년부터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아세안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입장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아시아 전략을 아시아태평양에서 인태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전략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공세적 해양 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해왔다. 실제로 중국의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은 인태 전략으로 △역내 국가들의 디지털 협력 △인태 지역 인프라 건설 △인태 지역 자유 항행 원칙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같은 해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 호주, 유럽 국가 등 미국의 우방들과 달리 인태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한국의 독자적인 ‘신남방정책’을 표방했다. ‘사람·상생공영·평화’ 등 3대 비전을 중심으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 외교를 자처했지만 미중 간의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지속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최단 기간인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우리 인태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고부가가치 산업과 디지털 영역에 이어 첨단 산업의 원료인 핵심 광물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인태 전략으로 내세운 디지털 협력 및 인프라 구축과 일맥상통한다.

아세안은 중국을 제외하면 단일 경제권으로는 우리나라의 제2의 교역국이다. 동시에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서 자국 산업을 키우면서 문을 닫고 있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대체할 유력한 지역이다. 삼성전자의 생산 거점이 된 베트남과 2억 7000만 명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이미 우리 기업의 중요한 공급망 사슬로 묶여 있는 지역이다.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디지털 통상 협력을 포함시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며 “아세안 측 수요가 높은 전기차·배터리 및 디지털 분야에서의 협력을 적극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등에 풍부한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해 아세안과 한국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협력 방안을 포함해 △외교·국방 당국 간 회의 개최 △협력기금 증액(2027년 4800만 달러) △기후·환경 분야 협력 강화 △2024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등을 담은 ‘한·아세안 연대 구상’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국의 인태 전략을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대중 견제 사슬인 인태 전략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대북 대응에 집중하던 한미일 삼각 공조의 무대 역시 인태 지역으로 확대될 계기가 마련됐다. 윤 대통령의 인태 전략이 이번 순방을 계기로 열릴 한미일·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윤 대통령이 밝힌 인태 전략은 경제 안보 분야에만 국한됐으며 국방 분야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말 한국 정부가 전체를 공개할 인태 전략이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일본 등 국가의 전략과는 달리 포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점도 시사한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제1교역국이고 북한 문제 역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양안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원칙만 담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역내 국가들이 서로의 권익을 존중하고 공동의 이익을 모색해 나가는 조화로운 역내 질서를 촉진할 것”이라며 “규칙에 기반해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이 지켜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보였던 완전한 모호성에서는 벗어나겠지만 여전히 민감한 대만이나 양안 문제, 군사적 문제는 최대한 제한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캄보디아, 태국 등 아세안 국가들과도 개별적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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