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이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을 감싸온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고강도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에서 직접 이 문제를 거론할 계획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 시간) 캄보디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미국이나 한국·일본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라는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역내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military and 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따라서 북한의 최악의 행동을 억제하는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며 “그렇게 할지 말지는 물론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인근에서 군사력을 늘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중국이 나서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협조하라는 압박 전략인 셈이다. 현재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동북아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국에 2만 8500명, 일본에 5만 5000여 명 규모에 달한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그간의 전화 회담에서도 북한 문제를 수차례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미중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미국이 이처럼 수위 높은 경고장을 내민 것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 위협을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번 릴레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대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7년 북한이 마지막 핵실험을 했을 때 유엔 제재 강화를 지지했으나 올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유엔 제재 강화 요구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편 중국은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이 미국에 있는 만큼 미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만 문제를 언급할 경우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사전 경고했다.
12일(현지 시간)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양국 정상의 만남은 어떤 얘기를 나누던 그 자체로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이번 회담이 “미국 측의 열의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점을 부각했다. 사설은 “오늘날 중미 관계의 어려운 상황은 전적으로 미국 측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에 기인한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은 평화적 발전의 길을 굳건히 지키는 나라로서 어떤 나라와도 갈등에 휘말리는 것을 꺼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설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중심에 있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여서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중미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열망은 진심이나 핵심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태도는 확고하며 결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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