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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인구 오너스 시대, 인구 아닌 ‘인재’로 발상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15년 동안 380조 예산 쏟아부었지만 저출산 대책 실패

지방 ‘직장·주거·문화생활’ 해결해야 출산율 반등 가능

‘도농 균형 발전’만이 인구·고용·교육 문제 핵심 열쇠

숙련된 고령층·경력단절여성 등 잠재인력 적극 활용을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본격적인 인구절벽 시대에는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지닌 고령 인구와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 인력까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3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1000명 줄었다. 총인구가 감소한 것은 통계를 집계한 후 72년 만에 처음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급격한 감소를 지칭하는 ‘인구절벽’은 이미 시작됐으며 이보다 파괴력이 큰 ‘인구지진’이 10년 내 밀려올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인구 감소는 그 자체로도 국가의 지속성을 위협하지만 재정 부담 증가, 교육 시스템, 생산 인력, 내수 시장 붕괴 등 복합 위기를 초래한다.

인구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4일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인구 보너스의 힘으로 버텨왔던 전략을 인재 보너스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며 “고학력 인재가 풍부한 만큼 전체 인구가 총동원돼 활약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인구가 아닌 인재로 보고 접근하는 등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대”라며 “많은 경험과 숙련된 기술을 지닌 고령 인구와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 인력까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절벽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

△성별·연령별 인구 구성을 그래픽으로 만든 인구 피라미드가 삼각형일 때 사회 유지를 위한 지속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피라미드 구조의 삼각형 시대는 막을 내리고 역삼각형 시대가 올 것이다. 인구 보너스 시대가 인구 오너스(Onus·부담)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저출산이 근본 원인인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분모에 해당하는 생산연령인구가 충분히 공급됨으로써 분모가 생산 주체이자 소비 주체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확장 경제를 만들어내는 고성장 모델이 바로 삼각형 모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양질의 베이비붐 세대가 분모를 차지하면서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단적으로 1971년생이 102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출생아 숫자가 올해는 25만여 명으로 50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

△결혼을 통해 출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족 분화가 이뤄지고 사회 영속성도 담보된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의 분화 자체가 단절된 상태다. 가족을 분화한다는 것은 부양 가족을 감당하겠다는 신호인데 젊은이들에게는 자원이 없다. 최악의 실업률로 충분한 근로소득을 기대하지도 못하고 주거의 지속성 등 안정적인 자원 획득도 어렵다. 후속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 성장에 대한 기대를 품고 인생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출산 대책에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로 떨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지난 15년 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무려 380조 원이라는 역대급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인구 감소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광의의 간접 지원까지 합친 것으로 사실상 중복된 예산이 적지 않다. 반면에 정책 수요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나 직접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당연히 가성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정책 실패 이유가 뭔가.

△‘애 낳으면 돈 줄게’라는 식의 현금 급여형 출산 정책이 완전히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대 변화에 맞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도 현금 지급형의 출산 유도 정책은 효과가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과 예산이 1년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까 현금 급여형 정책을 선호한다. 다분히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무엇보다 저출산 정책의 대상인 2030세대의 생활환경과 가치관이 많이 달라진 만큼 직업의 안정성과 주거의 지속성을 뒷받침해 출산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연착륙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해온 것은 인구 보너스의 힘이었다. 분모가 충분히, 넘칠 정도로 공급되는 체제, 즉 인구 보너스가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플러스알파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성장을 견인하면서 빠른 속도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축소 사회가 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인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인구가 양적으로 줄어도 질적인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즉 인구 보너스의 힘으로 버텨왔던 전략을 인재 보너스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고학력 인재가 풍부하다. 전체 인구가 총동원돼 활약할 수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 정책의 입안 단계부터 ‘인구’가 아닌 ‘인재’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도 뜨거운 감자다.

△향후 20년 동안 생산가능인구에서 이탈하는 숫자만 1700만 명에 달한다. 대략 1955~1975년 출생자 구간에 있는 분들인데 이들이 만 65세가 되면서 피부양인구로 넘어가게 된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규모였고 복지 분야에서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서는 해법이 달라야 한다. 정년 연장의 1차적 목표는 분자에 해당하는 급여 대상자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정년은 대략 67~68세, 일본도 지난해 만 70세로 정년을 연장했다. 법적 정년이 만 60세인 우리는 65세 정년 연장도 시기상조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연령을 기준으로 고용했던 과거 방식을 버리고 정년 폐지로 가는 게 맞다. 임금피크제처럼 일정 연령이 지나면 정규직이 아닌 촉탁 계약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도 심각한데.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변화는 예고된 흐름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일반적으로 ‘저밀도=저출산, 고밀도=고출산’ 추세를 보이는데 우리는 반대다. 단적으로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명인 데 반해 전남은 1.02명이었다. 전체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2%가 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출산율은 턱없이 낮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지방에서도 찾을 수 있게 ‘직·주·락(직장과 주거와 문화생활)’을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 현상 해결 없이는 출산율 반등도 불가능하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지방을 되살릴 복안이 있는가.

△답은 ‘로컬리즘’에 있다. 지방이 살아야 서울도 살 수 있다. ‘도농 균형론’의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주요 선진국 중 미국·영국·스페인·독일·캐나다의 공통점은 연방국가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권을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우리나라 229개 기초자치단체는 각자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이를 일깨우는 것은 상상력이다. 도농 간 균형 발전만이 인구뿐 아니라 고용·주거·교육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세대 융합도 중요한 과제인데.

△초고령화는 거대 인구의 집단 노화다. 그렇다고 부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걸림돌이 아닌 도약대가 되도록 노년의 경험을 인정하고 매력을 발굴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인구 오너스를 인재 보너스로 전환해 1인당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은퇴 이후 자녀의 봉양을 받는 것은 옛말이 됐다. 그렇다면 일해서 벌어야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근로 시장에서 강판하는 구조인데 이를 깨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에는 잠재 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많은 경험과 지식, 숙련된 기술을 지닌 고령 인구와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 둔 경력단절여성 등 잠재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방이라는 무대는 매우 유효하다고 본다. 허들도 낮고 지자체 단위의 직간접 지원도 풍부하다.

-정부가 이민청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이민 관련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체류 외국인은 196만 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5% 정도다. 토대 산업인 농산어촌과 건설 현장뿐 아니라 중소기업 상당수가 이들 없이는 굴러가지 않는다. 다만 이민정책은 단순히 산업연수생을 받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과 그 아이들이 내 아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新)이민정책이 요구된다. 이민정책의 추구 가치, 목표 설정, 채택 방식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나라가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데.

△우리나라는 후진국 시대에 태어난 고령 인구, 개도국 시대를 살아온 중장년 세대, 선진국 시대를 살고 있는 MZ세대가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혼란과 갈등도 많지만 외려 소중한 자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상상력을 적극 발휘해 혁신의 계기를 만들면 ‘한강의 기적 버전 2.0’이 인구 섹터에서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역동적 에너지가 있고 우수한 인적 자원이 충분하며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착화제 한 번만 뿌려주면 불붙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집단 지성의 힘으로 점프업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He is…

197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에서 국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연구교수 및 특임교수를 지낸 후 2016년부터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혁신융합전공 주임교수 등을 맡고 있다. 노후 소득 체계부터 시작한 연구가 세대, 인구, 지역 소멸, 로컬리즘 등으로 심화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소멸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한국이 소멸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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