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 순방 기간 한미일 3국 정상을 모두 만난다. 미중 갈등 심화와 북핵 위기 고조로 한미일 3국 공조가 점차 확장하자 이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4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장장 세 시간 회동한 데 이어 1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도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양자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이번 순방 기간 한미일 3국 정상과 일일이 회동하는 배경을 두고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최근 미중 패권 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도발 등에 대한 반작용으로 협력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앞서 3국 정상은 11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계기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사상 최초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3국이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공급망 교란 등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중국으로서는 우려할 만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시 주석이 이번 순방 기간 3국 정상과 개별적으로 회담함으로써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 일정이 당일 오전에야 최종 확정된 점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중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기 직전에 중국이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한미일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 발표 등의 상황에 대해 중국도 가만히 있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중국이 한미일 3각 공조 견제 차원에서 한중 및 일중 양자 관계 중요성을 부각하고 한중일 3국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중일 3국 협력은 문재인 정부 기간 한일 갈등 심화에 이어 최근에는 일중 관계 악화로 사실상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3국이 매년 돌아가며 개최하던 정상회의 역시 2019년 12월 중국 산둥성 청두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후 2년 연속 무산됐고 올해도 열리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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